"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그저 즐기자"

매달 마지막 주는 이태리 가곡 독창을 하는 날이다. 매주 수업시간에는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지만 이번 주 수업은 혼자 불렀다. 독창을 하기 때문에 자기가 부르는 노래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에 나가서 혼자 악보를 들고 서 있을 때면 저 푸른 망망대해에 나침반도 없이 혼자 돛단배를 타고 표류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심장의 소리를 상상하며 박자를 느껴보세요. 쿵 짝짝, 쿵 짝짝, 쿵 짝짝."

리듬과 박자가 꼬이면서 내 노래가 삼천포에서 헤매고 있을 때였다. 노래 부르는 중간에 선생님이 몇 번인가 노래를 중단시키고 코칭을 해주었다. 두 번째 노래를 부를 때는 또 이런 말을 했다.

"젊었을 때 안 놀아 보셨죠. 학교에서 공부만 하시고 하나도 안 놀아 보신 것 같아요. 좀 놀아봐야 박자와 리듬을 잘 타는데… 호호호."

내 머릿속에서는 JTBC '팬텀싱어4' 프로그램에 나오는 카운터테너 이동규처럼 거침없는 고음과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연기력이 펼쳐지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공부만 했던 샌님 신세가 되었다.

​혀가 꼬이는 이태리어 발음이 신경 쓰여서 가사를 마치 초등학생이 국어 교과서 읽듯이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다. 또 피아노 박자에 맞추려고, 고음을 내려고 긴장하다 보니 아우토반을 달리는 고속도로처럼 시원한 목소리가 쭉 뻗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성대에서 소리를 꽉 쥐고 놓아주질 않는다. 지금 부르는 내 노래가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안에서 올라오는 의구심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내 목소리에 실려서 함께 나오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는 가슴 절절한 가사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사이도 없이 어느새 노래는 끝나버렸다. 

그래도 난 즐거웠다.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몸과 목소리로 나만이 낼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음악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다른 사람이 내 노래를 어떻게 들을지, 다른 사람의 노래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들리지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난 그저 목 놓아 노래 부를 뿐이다.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C2P 코칭 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현재는 멘탈코칭 워크숍과 영웅의 여정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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