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힘 중요, 도취는 No"

"이걸 때려치워 말어?"

일주에 한 번씩 이태리 가곡을 배운다. 이번 주 레슨 시간에는 지금까지 배운 노래 중에 최고 난이도 노래를 만났다. 목을 완전히 열고 그야말로 고함을 질러야 하는 수준이다. 머리 양쪽에 두통이 생겼다. 내가 가수 될 것도 아니고 기분 좋게 배우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기도 하다.

"괜찮아요. 안 되는 게 당연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잘될 거니까."

"노래 배우자마자 모두 잘하면 제가 굶어 죽게요. 호호호!"

성악 강사가 하는 이런 말을 듣고는 혼자 속으로 그래 처음부터 잘되는 게 이상한 거겠지 하며 내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

성악 선생님은 "저한테 성악을 배운 일반분인데 성악으로 뒤늦게 음대 입시에 합격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여러분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여러분 모두 주말마다 성악으로 행사 뛰게 만들어 드릴게요" 이렇게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오래전 단과 학원에서 지리 과목을 강의했던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학원에 아주 유명한 영어 강사가 있었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200~300명의 학생이 꽉 들어차서 교실 뒷자리에선 칠판에 쓴 글씨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선생이 특별하게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심지어 영어 발음도 구렸다고 했다.

자신의 지리 과목을 수강하러 온 학생 중에 대다수가 그 영어 선생이 이 수업이 괜찮으니 한번 가보라고 해서 온 학생들이 태반일 정도였다고 했다. 특별한 점은 그 영어 선생은 학생들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는 말투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고 한다. 

사랑의 기술의 저자 에릭 프롬은 믿음을 합리적인 믿음과 비합리적 믿음 두 가지로 구별한다. 

비합리적인 믿음이란 권위에 대한 복종을 바탕으로 하는 신념이다. 어떤 권위나 대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진실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합리적인 믿음은 본래 자신의 사고나 감정상의 경험에 뿌리박고 있는 확신이다. 대다수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산적 관찰과 사고에 근거한 독립적인 확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에릭 프롬은 우리가 자아의 주체성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으면 우리의 주체감은 위협받게 되고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러면 그들의 승인이 우리 주체감의 기초가 된다고 했다. 사이비 종교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다른 사람 즉 교주를 대신 그 자리에 모셔놓은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믿는 교주를, 사이비로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도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차마 인정하지 못한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교주의 비리와 사기극을 보면서도 교주가 고난을 당하고 있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번 주 멘탈레시피 결론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이 글을 마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매주 한편의 칼럼을 써야 하는 이 일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믿음이 있다. 성악 선생님처럼, 사이비 교주처럼, 또 학생들을 구름 떼처럼 몰고 다닌 영어 강사도 사람들에게 믿음과 확신을 준다. 믿음과 확신은 누군가 움직이고 이끌어주는 강력한 힘이다.

단, 다른 사람이 제공하는 믿음과 확신에만 도취해 있다면 그건 헛된 신기루일 뿐이다. 우리가 자기 존재 깊은 곳에 닻을 내리고 단단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들도 명멸하는 신기루의 환영에 끊임없이 흔들리게 되는 게 아닐까?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C2P 코칭 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현재는 멘탈코칭 워크숍과 영웅의 여정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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