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주는 이태리 가곡 독창을 하는 날이다. 매주 수업시간에는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지만 이번 주 수업은 혼자 불렀다. 독창을 하기 때문에 자기가 부르는 노래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에 나가서 혼자 악보를 들고 서 있을 때면 저 푸른 망망대해에 나침반도 없이 혼자 돛단배를 타고 표류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심장의 소리를 상상하며 박자를 느껴보세요. 쿵 짝짝, 쿵 짝짝, 쿵 짝짝."리듬과 박자가 꼬이면서 내 노래가 삼천포에서 헤매고 있을 때였다. 노래 부르는 중간에 선생님이 몇 번인가 노래를 중단시키고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송하는 피지컬 100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탄탄한 근육질의 남녀가 우승상금 3억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승부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게 된다. 첫 시작은 공중에 설치된 철제 구조물에 누가 가장 오래 매달려 있는지 겨루기를 한다. 참가자 인터뷰에서 한 사람은 팔이 마비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 후에도 다양한 게임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40초 안에 100㎏의 공을 누가 먼저 언덕 너머로 굴리는지 대결하는 시지프스 형벌 게임, 또 엄청난 크기의 돌을 어깨에 짊어지고 오래 버티는 아
최근 가족 세우기(Family Constellation)라는 치유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2년 전에 넷플릭스에 있는 '치유'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족 세우기 소개가 나와서 잠깐 본 기억이 전부였다. 이번 프로그램의 진행 장소에 아침에 도착했을 때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함께 내 마음에 밀려왔다. 항상 경험하지 않은 것을 하려고 하면 내게는 '호기심'과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가 감정이 올라온다. 호기심이 더 강할 때는 새로운 것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모험을 즐기고 내 경험의 세계를 마음껏 확장한다. 두려움이 호기심을 이기면 나는 그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진짜 힘들어하네. 목소리에 힘도 하나도 없어 보이고, 정말 심각한가 봐. ”아내가 지인과 한참을 통화한 후에 내게 한 말이었다.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이 시기는 누구에게는 기쁨의 순간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고통 순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내 지인은 딸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배정받지 못하고 소문이 안 좋은 M여고에 배정을 받았다고 한다. M여고는 공립학교라서 사립 고등학교보다 공부를 잘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 유명대학 진학률도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또 대학입시에 필요한 다양한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번아웃 증후근이라고 말한다. 뉴욕의 정신 분석가 프로이덴버거가 감정 노동자의 무기력함을 설명하기 위해 '소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유래했다. 하지만 현대 직장인 10명 중 4명이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니 특정 직종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번아웃 증후근은 다 불타서 없어진다(Burn out)고 해서 소진 증후군, 연소 증후군, 탈진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그럼 우리가 타지 않고 연소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사람
온순한 자매들과 달리 스칼렛은 자유분방하고 불같은 성격을 지닌 오하라 가문의 큰 딸이다. 스칼렛은 좋아하던 동네 청년 애슐리가 다른 여자와 약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애슐리와 만나 그의 마음을 돌리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질투심에 사랑하지도 않은 남자와 결혼해버린 스칼렛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남북전쟁으로 인해 미망인이 된 스칼렛은 후에 그녀를 사랑하는 레트 버틀러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어느 날 애슐리가 남편의 험담을 하자 그녀는 레트 버틀러와 각방을 쓸 것을 요구하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미국 공립고등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딸과 함께 다녀왔다. 미국 홈스테이 자원봉사 가정에서 무상으로 집을 제공하고 학생들을 돌봐주는 제도여서 가격도 저렴하고 학창시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딸은 미국 공립고등학교 교환학생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는 갔으면 했다. 옆에서 펌프질도 많이 했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면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고, 또 한국 학생들이 거의 없는 학교로 가니까 미국 친구들이 엄청 관심도 많이 가져주고, 공부 외에 다양한 미국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고 부추겼다. 아빠도 대학생일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많이 하고 또 많이 듣는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막연할 때가 있다. 사람마다 그 정의도 각각 다르다. 어쩌면 각각 다른 것이 당연하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그래도 자신을 사랑하는 기본적인 원칙은 있을 것이다. 나는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 언급한 '사랑하는 능력 네 가지'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하나의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나를 세상의 중심에 놓고 사랑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요동치는 파도 위에 내 중심을 올려놓고 있는 것과 같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세상
신문을 보면서 가끔씩 스크랩을 한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경제 뉴스도, 국제 면도, 연예 뉴스도 아니다. 내가 낚아채려고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감동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지난번 스크랩했던 신문 사진 뒤에 스카치테이프를 동그랗게 해서 내 눈높이의 방 벽에 붙였다. A4 용지보다 더 큰 컬러 사진이었다.2002년생 골퍼 김주형 선수는 PGA 최초 2000년대 생으로 첫 우승 기록을 세운 선수다. 지난 9월 세계 연합 팀과 미국 팀 대항 남자 골프대회인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했던 그는 미국 최고의 팀과 승부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어머니가 또 요양원으로 가겠다고 하셨다. 이번에는 더 강경하시다. 치매를 앓으시는 어머니는 가끔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하게 돌아오곤 한다. 점점 그 빈도가 잦고 길어져서 걱정이다. 게다가 요즘 농장 추수철에 일손이 부족해져서 어머니 곁을 비워야 할 때가 많았다.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전부터 어머니는 거동이 힘들어지기 전에 당신 발로 요양원에 갈 것이라고 말씀해 오셨다. 자식들에게 짐 되는 것이 싫다, 요양원에 가면 말동무도 있고 도와줄 사람도 있어서 좋다고 말씀하시나 자식으로서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
금요일이면 손자들을 만나러 가기 위한 쇼핑을 한다. 아들네와 한 시간 거리에 떨어져 사는 우리는 격주로 손자들을 만난다. 녀석들은 만나자마자 내게 범인, 악당, 상어를 시킨다. 저들은 경찰, 정의의 우주 전사, 용감한 선원이다. 그리고 나를 쫓는다. 그렇게 부대끼고 뒹굴며 생기는 것, 그것이 핏줄의 느낌일까. 아들을 키울 때는 사실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이다. 삶이 바빠서? 조금 나이가 들고 바쁨과 치열함을 내려놓아 느낀다니, 새삼스럽다.한 달쯤 전, ‘깨똑!’ 소리와 함께 아들의 메시지가 왔다. 전화기를 속에는 손자 녀석이 뿌듯한
아내가 가방을 싼다. 오늘은 1박 2일 여행을 가는 날. 출발하기로 한 시간이 되었다. 어제 필요한 것은 다 챙겨놨다. 그런데 아내는 더 꾸려야 한다고 한다. 겨우 이틀 여행에 가방 대여섯 개를 싸느라 부산이다. 지켜보는 나는 영 못마땅하다. 차에 시동을 걸고 기다리는데 슬슬 부아가 난다. 잔소리하자 아내는 싸 놓은 짐이나 차에 실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돌아다니며 콘센트를 내리고 스위치를 끈다. 이미 내가 다 해 놓은 문단속까지 확인한 다음 차에 오르며 그까짓 몇 분 늦은 게 대수냐는 말로 염장을 건드린다. 즐거운 기분은 이미 구겨
어제 저녁밥을 먹고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아뿔싸, 줌으로 진행하는 강점 코칭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서둘러 줌(Zoom)에 접속했다. 이미 강의는 끝나고 자신의 강점에 대해 참석자들이 나눔을 하고 있었다.참가자들은 자신의 강점을 이야기했다. 목소리가 힘이 있고 또박또박한 강점, 군대 장교, 대기업 팀장, 회사 대표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강점, 자신은 별로 강점이 없고 평범하다는 이야기 등을 들으며 내 강점은 뭘까 생각해 보았다."'아내가 싫어하는 나'가 제 강점인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만년필을 쓰시네요"라며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 조금 특이하게 보이나 보다. 만년필은 나의 아끼는 취미이며 장기(?)다. 서예를 좋아하고 문자도안과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으며 활자보다는 손글씨를 더 좋아하는 나의 취향과 잘 맞다. 볼펜과 같은 필기구에 비해 맛이 다르다. 가끔 탐나는 것이 보여서 들썩이다가 아내의 타박을 맞게 하기도 하는 나의 이 취미에는 어릴 적 그림이 들어있다.6살 위인 형은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중학생이 되었다. 형은 중학생이 되자 펜에 잉크를 찍으며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신기하고 멋있었다. 그리고 아
아차 하며 달려가 불을 껐으나 이미 늦었다. 탄 냄새와 연기가 집안에 가득하다. 냄비 속은 시커먼 숱이 됐다. 간단히 요기할 요량으로 냄비를 불에 올려놓고 잠시 딴짓하다가 벌어진 소동이다.갑자기 화가 난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잦아져서다. 아내가 가끔 그러더니 나도 점점 그런다. 앞뒤 창문을 한참 열어 두어도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아내의 짜증. 아끼는 냄비만 골라 태워 먹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태운 냄비의 뒤처리는 모두 내 몫이다. 아내는 손목이 매우 약하다. 골격이 약한 데다가 산후조리도 제대
최근에 글을 쓰지 못했다. 왜 쓰지 못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원인은 페이스북의 글을 너무 많이,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주 잘 쓴 글, 좋은 글을 집중적으로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왜 좋은 글을 보고 글을 쓰지 못하게 된 걸까? 좋은 글을 읽으면 감동과 영감을 받고 자기 성찰도 하고 더 에너지로 넘쳐야 하는데 말이다. 필자는 좋은 글을 읽고 기가 죽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정교한 논리, 멋진 표현들,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나를 움츠려 들게 했다. 자신과 비교하니 내 문장이 초라하고 엉성하게 느껴져서
매해 4월 어머니는 마농지를 담그셨다. 우녕밭 마늘이 한참 줄기를 세워 푸른 키를 높이고, 땅속 뿌리 마늘 아직 덜 알이 찼을 때, 어머니는 손가락 마디만큼 마늘대를 자르고 항아리에 넣어 끓인 간장을 붓고 돌멩이를 얹으셨다. 그리고 오뉴월 볕 아래 장독대에서 익은 마농지는 한여름 이후 밥상에 항상 자리했다.어머니가 대나무 엮은 차롱에 보리밥을 싸고 자리젓과 된장, 콥데사니 마늘을 챙겨서 돌 많고 척박한 보리밭으로 갈 때 진드기처럼 따라붙는 나의 반찬은 마농지였다. 누나와 형이 연한 콩잎 위에 보리밥과 자리젓, 된장을 얹으면 나는 마
둘째 딸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유튜브를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 채널명을 만들어야 한다고. 네이밍 작업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젊은 감각이 필요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준다. 아이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을지 소망을 그 이름에 담는다. 내 이름은 내가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명은 내가 직접 지을 수 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채널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아 기억하기 좋고 부르기도 편한 이름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기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쓰GO읽GO', 여기서 GO는 영어의 GO야
주변을 보면 삶의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 반면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차이 때문일까?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책 한 권을 발견했다. 88세 일본인 할머니 미쓰다 후사코가 쓴 '50세에 발견한 쿨한 인생'이다. 2시간 정도면 읽을만한 가벼운 책이지만 안에 담긴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할머니는 공무원 남편의 현모양처로 지내다가 50세에 남편과 갑자기 사별한다. 그 후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책 속에 15년 동안 일하면 홀로 활기차게 살아온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자기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다
새로운 미장원을 개발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통창의 미장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주방이 개방되어 믿음이 가는 음식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장은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내 머리모양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안해 주었다."원장님에게 가족이란?""울타리, 사랑, 음..... 희생."원장은 내 질문을 받고 울타리라는 대답을 했다가 잠시 눈을 굴리며 고민하다가 희생이라는 단어를 찾아냈다.요즘 우리 집에서도 이런 질문을 아내와 주고받는다고 말했더니 원장이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질문 하나를 더 했다."원장님에게 남편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