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왼쪽부터)미리캔버스, 대전경찰청 페이스북 화면 캡쳐
사진=(왼쪽부터)미리캔버스, 대전경찰청 페이스북 화면 캡쳐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훔쳐보기 범죄가 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지난 3월 대전경찰청은 페이스북을 통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지난 1월 31일 밤 대전 서구의 한 빌라, 좁은 골목에 낯선 남성이 들어선다. 이 남성은 창문 앞을 서성이더니 조심스레 창문을 열어 집안을 한참 동안 살펴보는 행동을 한다.

경찰은 '집에 혼자 있는데 창문이 열렸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되면서 관할 지구대에 용의자 사진을 공지했다. 이후 둔산 지구대는 '남의 집에서 걸어 나오는 수상한 사람을 봤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을 출동했다.

영상=대전경찰청 페이스북
영상=대전경찰청 페이스북

윤태진 순경은 "출동하던 중 우연히 지나가는 행인과 피의자의 인상착의가 매우 비슷해 추궁을 하게 됐고, 처음에는 부인 하다가 어깨에 묻은 먼지에 대해 추궁하니 범행을 인정해 상습주거침입으로 용의자를 검거했다"라고 설명했다.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검거된 30대 남성 A씨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대전 서구 원룸 일대를 서성이며 11차례에 걸쳐 창문을 열고 내부를 훔쳐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40대 남성 B씨가 서울의 한 주거지 옆 담장에 올라가 건물 1층 욕실 창문으로 여성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본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과거 성범죄 전력이 있고, 동일한 범행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집 창문을 통해 내부를 몰래 엿보는 행위는 '주거침입죄(제319조 제1항)'가 적용될 수 있다. 주거침입죄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房室)에 침입하는 행위로 성립하는 범죄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러한 주거침입에 대한 범죄는 여성 1인 가구가 증가함과 동시에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주거침입 범죄는 2018년 1만3000여건에서 2020년 1만8000여건을 넘어섰다. 아울러 1인 가구는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다인 가구보다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서도 1인 가구가 두려움을 느끼는 범죄로 주거침입(12.8%)이 가장 높았다.

범죄의 주 타깃이 되는 여성 1인 가구 수도 2020년 333만9000가구에서 2021년 358만2000가구로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훔쳐보기는 실제 주거로 침입하는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단순 훔쳐보기로 인한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범죄 행위를 입증하고,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반면, 피해 여성 1인 가구는 솜방망이 처벌로 인한 보복범죄 등 대한 두려움으로 평생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범죄에 대한 뚜렷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여성 1인 가구가 증가에 맞춰 주요 범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 증가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한 연구에서는 1인 가구가 1% 증가할 때 해당 지역의 5대 범죄율(살인·강도·성범죄·절도·폭력)은 10만명당 약 247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면서 "우리 사회는 여성 1인 가구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에 대해 공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류형린 여성민우회 성평등 복지팀 팀장은 "여성 1인 가구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다. 범죄 예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이나 범죄가 발생하기 전 주거 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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