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근로자 청년 5명 중 1명꼴
프리터족이 되버린 청년 1인 가구

 

청년층 사이에서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프리터족'이 늘어나고 있다./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청년층 사이에서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프리터족'이 늘어나고 있다./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청년층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프리터족'(Free+Arbeit) 경고등이 짙어지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한 프리터족의 장년화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일자리 정책의 사각지대로 들어간 비자발적 프리터족은 사실상 '빈곤의 늪'에 빠져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1인 가구의 경우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하면서 각종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더 늦게 전에 우리나라도 프리터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고용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프리터족 1인 가구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프리터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기둔화로 인해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는 한편, 학력 인플레로 인해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 간의 부조화가 격화된 탓이다. 여기에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기준 단기 취업자 비중은 23.2%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19.8%)보다 3.4%포인트(p) 상승했다.

아울러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5~29세 청년 취업자 400만5000명 중 104만3000명은 주 36시간 미만 파트타임 근로자(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이는 전체 청년 취업자의 26%로 5명 중 1명꼴이다.

청년들은 현 상태의 원인으로 '질 좋은 정규직 일자리가 적다는 점'을 꼽았다. 고용 안정성과 임금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 취업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는 것을 택한 셈이다.

또 청년들은 '조직생활에 대한 거부감'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답답한 조직생활을 하며 힘들게 살 바엔 쓸 만큼만 돈을 벌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충청북도 충주시에 거주하는 장 모(30) 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장 씨는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3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다. 지방의 한 특성화고 회계정보학과를 졸업한 장 씨는 고졸 학력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기 힘든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다는 말에 특성화고에 진학했지만, 막상 취업전선에 뛰어드니 '현실의 벽' 앞에 부딪쳤다.

장 씨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비자발적 프리터족이다. 어렸을 때는 정규직이 돼서 많은 돈을 벌겠다는 포부가 있었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내 한 몸 건사하는 게 목표가 됐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장 씨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비자발적 프리터족이다. 어렸을 때는 정규직이 돼서 많은 돈을 벌겠다는 포부가 있었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내 한 몸 건사하는 게 목표가 됐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장 씨는 "취업도 학력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취업을 위해 관련 자격증을 10개나 땄는데도 고졸이라는 이유로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턴이라도 지원하려고 했지만, 자격 요건에 관련 근무 경험이 포함돼 있어 쉽지 않았다. 실패만 반복하다 보니 자존감이 떨어졌고 결국 완전한 취업 단념 상태가 됐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 씨는 현재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편의점 사정에 따라 평일 정오나 오후 2시부터 6시간씩 일한다. 가끔 주말이나 공휴일에 대체 인력이 필요할 때도 출근한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은 월 80만원 정도다.

장 씨는"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월세와 관리비를 합해 35만원을 내고 휴대폰비로 5~6만원 가량 쓴다. 나머지는 식비로 나간다. 내 한 몸을 건사하는 것 외에 불필요한 욕심은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씨의 하루 일과는 늦게까지 잠을 자다 아르바이트 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취준을 포기하면서 밤낮이 바껴버린 탓에 아침 식사는 거의 거른다. 대부분 간편식으로 늦은 점심을 때운 후 편의점으로 출근한다.

친구를 만나지도 않고, 별 다른 취미생활도 없다.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휴대폰을 하면서 보낸다. 가끔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리긴 하지만 그 뿐이다. 목표가 없으니 무기력하고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다. 20대까지만 해도 같은 '취업포기생' 처지였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3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장 씨 혼자다.

장 모 씨(30)는 3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무로 생활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년을 취업에 정진했지만, 반복되는 취업 실패는 큰 무기력감으로 다가왔고 결국 '프리터족'이 됐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장 모 씨(30)는 3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무로 생활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년을 취업에 정진했지만, 반복되는 취업 실패는 큰 무기력감으로 다가왔고 결국 '프리터족'이 됐다./ 사진 = 조가영 기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업무 강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익숙해지다 보니 계속 프리터족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오래 일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덜해서 마음이 가볍고 사회생활에 대한 압박이나 부담감도 없다.

저녁은 따로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배고플 때 먹는다. 대부분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퇴근 후에는 유일한 취미인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이다. 가끔씩 방청소도 한다. 장 씨는 "부모님이 가끔씩 집에 들러 반찬을 주고 가셔서 사람사는 방 답게는 해 높으려고 신경쓰는 편이다"고 말했다.

장 씨가 처음부터 취업 활동은 접었던 건 아니다. 그 역시 다른 취준생들처럼 최소 30군데 이상 원서를 넣었다. 좁은 취업 문을 뚫고 한 카드회사로부터 정규직 제안을 받아 텔레마케터로 일하게 됐지만, 두 달 만에 회사를 나왔다.

그는"원하는 일자리도 아니었고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업무 환경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고 답답한 조직문화도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장 씨는 전화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불만사항을 접수하는 일을 했다. 전화기 너머로 고객을 응대할 때마다 쌓이는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웠다. 고압적인 상사와의 갈등도, 원하지 않는 회식 자리도 버거웠다.

게다가 은행이나 병원 한 번 가기도 어려웠다. 장 씨는 "일하는 기계가 된 기분이었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기 보다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느낌이었다"며 "업무 노하우가 적고 말주변도 없는 편이라 몸도 마음도 지쳐 2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장 씨는 "어쩌다 면접을 가도 공백기에 대해 묻는다. 이제는 취업이란 걸 할 자신도 없고 그냥 이대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장 씨는 "어쩌다 면접을 가도 공백기에 대해 묻는다. 이제는 취업이란 걸 할 자신도 없고 그냥 이대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프리터족이 되고 나서 자연스럽게 미니멀 리스트가 됐다. 이사 올 때부터 옵션으로 딸려 있던 책상에 의자, 매트리스가 전부다. 인간관계도 간소해졌다. 모이면 취업, 여행, 결혼 얘기만 하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돈을 쓰는 것은 게임과 술 마시는 것 정도다.

장 씨는 "이렇게 오래 프리터족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물론 아르바이트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 언제든 다른 인력으로 대체가 가능한 일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다시 취업준비를 하기엔 이제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가 회원 815명을 대상으로 '프리터족에 대한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프리터족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터족 중에서도 초단기 일자리 등으로 원하는 날과 시간에만 일하는 새로운 프리터족에 대해 응답자들은 ▲매우 긍정(15.7%) ▲대체로 긍정(55.1%) ▲대체로 부정(24.7%) ▲매우 부정(4.5%)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70.8%가 긍정적으로 인식한 것이다.

프리터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46.1%)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22%), ▲취미생활 등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어서(17%),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어서(13.3%)를 이유로 꼽았다.

프리터족을 제외한 응답자에게 앞으로 프리터족이 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51.5%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54.3%로 가장 많았고 20대(51.9%)가 뒤를 이었다.

프리터족이 되고 싶은 이유는 ▲내가 원할 때만 일하고 싶어서(32.1%) 가장 많았다. 이어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서(18.5%) ▲조직생활이 답답해서(18.2%) 등이라고 답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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