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장년 프리터족의 고령기 빈곤과 직결되는 사항이 우려되고 있다./사진=1코노미뉴스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장년 프리터족의 고령기 빈곤과 직결되는 사항이 우려되고 있다./사진=1코노미뉴스

청년층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프리터족'(Free+Arbeit) 경고등이 짙어지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한 프리터족의 장년화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일자리 정책의 사각지대로 들어간 비자발적 프리터족은 사실상 '빈곤의 늪'에 빠져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1인 가구의 경우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하면서 각종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프리터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고용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프리터족 1인 가구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이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허리 세대'인 중·장년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퇴직 시점이 앞당겨지는 등 예상치 못한 고용환경의 변화가 이들을 덮치면서, 노령기로 진입하는 기로에 서있는 중·장년층의 고용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2 비정규직 근로자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40~49세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105만명에 달하던 20~29세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사회 진출 시기인 30~39세에 진입하며 60만명 대로 급감하는데, 40~49세에 들어서며 83만명으로 급증, 50~59세에는 119만명대까지 곧장 치솟는다.

한창 왕성한 직장생활을 할 40대부터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한다는 점을 보면 그만큼 중·장년층의 퇴직 시점이 빨라졌고, 이들이 정규직으로의 재진입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이같은 '비자발적' 중·장년 프리터족의 확산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떨어지는 알바 자리를 전전하다 보니 그만큼 노후 대책에 미흡할 수밖에 없고,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노인빈곤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오태희 한국은행 과장과 이장연 인천대 조교수가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0.4%로 나타났다. 

논문은 "오랫동안 자신이 일해온 일자리에서 은퇴한 뒤, 재취업 하는 곳의 임금이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령층이 일자리 정보를 한층 더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고령자가 오랜 기간 근무 과정에서 습득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해 소득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홀로 거주 중인 45세 프리터족 강규만(가명)씨는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게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 사진 = 1코노미뉴스
경기도 의정부시에 홀로 거주 중인 45세 프리터족 강규만(가명)씨는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게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 사진 = 1코노미뉴스

문제는 그나마 있는 알바 자리도 나이 제한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중·장년층 보다는 청년층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 프리터족이 증가하자 각종 채용 사이트는 '중·장년 우대 채용' 탭을 별도로 개설해 운영 중인데, 정작 올라온 채용 공고 중에는 중·장년 '우대'가 아닌 중·장년'도' 가능한 알바가 대부분이다. 

실제 중·장년층도 바로 이같은 점에서 현실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재취업을 하기엔 나이 제한의 벽이 높고, 마찬가지로 일할 수 있는 알바 자리도 제한된다는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홀로 거주 중인 45세 프리터족 강규만(가명)씨는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20여년간 한 직종에서 일했는데, 올해 초 압박 아닌 압박에 못 이겨 등 떠밀리듯 회사를 나오게 됐다"며 "그간의 경력을 살려 같은 계열로 이직해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아놓은 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을 벌이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부담이 된다. 앞으로의 노후를 생각하면 앞이 깜깜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쌓아온 경력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 나이에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현재 편의점 알바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알바 중에서도 저소득에 해당하는 일이나 달리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강씨는 "처음에는 월급이 높은 순으로 알바 자리를 찾아봤다. 물류 센터에서도 몇달 일했었고, 다른 생산직에서도 잠시 일했었는데 나이가 있다 보니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더라. 그렇다고 서빙 등 알바를 하기에는 나이 제한이 있었고 그나마 구할 수 있었던 것이 현재 일하고 있는 편의점 알바"라고 말했다.

강씨는 아침 8시에 편의점으로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퇴직 후 인간관계도 줄어 평일 오전·오후 모두를 담당하며 최저시급을 받는다. 강씨는 "퇴직 이후 놀라울 만큼 급속도로 인간관계가 축소됐다. 퇴직 초반에는 같이 일했던 직원들을 가끔씩이나마 만나 시간을 보냈는데, 점차 텀이 길어지더니 지금은 사실상 연락이 끊긴 상태다. 그나마 (편의점이)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다 보니 외로움이 덜한 느낌이다.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오전·오후 모두 일하고 있다. 알바라도 하지 않았으면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끝으로 강씨는 "재취업은 사실상 포기했다. 이미 여러 알바를 전전하며 자존심을 포함해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노후에 대한 막막함도 한쪽에 치워둔 상태다. 생활비 정도는 벌고 있으니 그간 모아놓은 돈으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홀로 거주 중인 45세 프리터족 강규만(가명)씨는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게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 사진 = 1코노미뉴스

일본에서 시작된 프리터라는 용어는 당초 부정적 뜻 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측면이 강했다. 일본의 프리터족은 '버블' 시절인 1990년대 이후 급증했는데, 당시 일본의 최저임금이 높아 아르바이트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프리터는 '비자발적'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취업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이같은 비자발적 프리터는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중·장년 프리터족은 노령기에 진입하는 기로에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불안정성을 직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문제가 노인 빈곤 문제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에 대한 고용 정책 및 지원사업 추진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중·장년층이 재취업에 실패하고 알바 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자괴감을 토로하는 만큼, 정책 수립에 있어 이들의 심리적 요인을 관리·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저임금 알바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해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일자리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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