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프리터족'(Free+Arbeit) 경고등이 짙어지고 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청년층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프리터족'(Free+Arbeit) 경고등이 짙어지고 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청년층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프리터족'(Free+Arbeit) 경고등이 짙어지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한 프리터족의 장년화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일자리 정책의 사각지대로 들어간 비자발적 프리터족은 사실상 '빈곤의 늪'에 빠져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1인 가구의 경우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하면서 각종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프리터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고용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프리터족 1인 가구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청년층의 아르바이트는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이 보장된 정규직 직장을 찾을 때까지 임시로 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프리터족은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프리터족의 증가는 '워라벨 문화' 확산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지만, 경제 불황 장기화 여파라는 부정적 해석이 더 강하다. 한국형 프리터족의 경우 취업난으로 인한 비자발적 인구가 더 많아서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를 보면 비정규직 중 시간제 근로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387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6000명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리고 시간제 근로자 중 40.2%는 비자발적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했다. 당장 수입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다. 청년층만 별도로 보면 시간제 근로자 중 20대는 73만7000명, 30대는 30만2000명에 달한다. 100만명 이상의 청년이 지금도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보여진다. 한경연이 2012~202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는 102만명으로 10년 전보다 22만7000명 증가했다. 이 중 청년층은 22만7000명에서 29만명으로 연평균 2.5%씩 늘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청년층이 얼어붙은 채용시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시간제 근로를 택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리터족 경고등이 짙어진 또 하나의 이유는 20대 청년층의 인식 변화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5월 기준 15~29세 취업자 중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04만3000명, 이 중 44만6000명은 졸업 상태였다. 졸업 후에도 주 36시간 미만의 시간제 근로자로 남아 있는 44만6000명 중 무려 74.5%는 '계속 그대로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마찬가지로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가 회원 815명을 대상으로 '프리터족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 응답자의 70.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 '사회생활 스트레스 감소' 등이 이유다.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면 굳이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분위기와 조직생활에 대한 기피가 보여진다. 

이러한 부분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위험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에 앞서 프리터족이 유행한 일본의 경우 20대를 중심으로 등장한 프리터족이 그대로 장년화되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결혼 기피로 인한 저출산, 경제 허리층인 중장년 빈곤, 노후 대비 부족에 따른 사회적 부담 증대, 고립·은둔, 고독사 등이다. 

이러한 사회 문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심화하고 있고, 앞으로 한층 짙어질 전망이다. 

취업난으로 인한 비자발적 프리터족이 대부분인 국내이지만, 20·30대의 인식이 바뀌고 있고, 고용불황 자체도 장기화해 프리터족 장년화 확산 가능성이 높다. 

실제 프리터족의 반응도 비슷하다. 

40대 프리터족 장현모(가명) 씨는 "일하고 싶을 때 하고, 힘들면 안 하고, 어차피 혼자 사니까 들어가는 돈도 별로 없어서 아직까지 부담은 없다"며 "노후에 대해서는 막막함이 항상 가슴 한쪽에 있지만, 이제는 취업이란걸 할 자신도 없고, 이대로 살아갈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40대 프리터족 이선영(가명) 씨도 "20대 후반에 직장생활이 염증을 느끼면서 여유를 갖고자 프리터족이 됐다. 이렇게 오래, 평생 프리터족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며 "금전적으로 풍족한 생활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보증금이라도 올려달라고 하면 대책이 없고, 프리터족은 대출도 안 나온다"고 경고했다.

프리터족인 유진환(가명, 37) 씨는 "서른 초반까지는 단기로 돈 모아서 여행을 다녔다. 다들 부러워했지만, 솔직히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여행이나 취미생활로 잊고자 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직장 다니는 친구들보다 더 많이 일한다. 생활비 감당도 어렵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서 더 그렇다. 결혼은 포기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 프리터족에 대한 환상은 영화에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유'와 '빈곤'을 맞바꿨다는 반응이다. 이는 통계청 자료를 봐도 드러난다. 시간제 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18.6시간에 불과하다. 최저시급 9620원을 적용하면 주급 17만8932원을 번다. 서울지역의 경우 원룸 월세가 평균 60만원을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집세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입이다. 

이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단기 일자리를 늘려 취업자 수를 부풀리는 일은 올바른 정책 수립을 저해하는 것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는 "청년이 갖는 가치관이 우리나라의 현재이자 미래의 모습이다"며 "청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에 맞춰서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하고 선제적으로 청년층이 가진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겸임교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족의 삶을 두고 '불안하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회활력이나 경제활성화적 측면에서는 분명히 부정적"이라며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추세를 감안하면 청년층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정책이나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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