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년 1인 가구의 삶은 더 갑갑했다. 연이은 취업난에 고물가, 고금리 현상이 더 해져서다. 올해 1인 가구가 겪은 사회문제와 이를 위한 정부 정책 방향성, 전문가들의 견해를 연말기획으로 다뤄봤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올해 청년 1인 가구의 삶은 더 갑갑했다. 연이은 취업난에 고물가, 고금리 현상이 더 해져서다. 올해 1인 가구가 겪은 사회문제와 이를 위한 정부 정책 방향성, 전문가들의 견해를 연말기획으로 다뤄봤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올해 1인 가구의 삶은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약자' '저출산'에 쏠리면서 '1인 가구도' 포함된 사회·복지 정책이 주를 이뤘다. 이처럼 정책 부분이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사이에 1인 가구의 빈곤율은 높아졌고, 심리·정서적 고립 문제도 심화했다. 그나마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사회적 관계가 개선된 점은 다행인 부분이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변화의 폭이 적었던 올 한해를 돌아보며, [1코노미뉴스]는 생애주기별 1인 가구의 삶은 어땠는지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청년 1인 가구의 고된 삶이 부각된 한 해였다. 코로나19 종식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취업난은 심각했다. 이는 곧 경제적 빈곤으로 이어졌고 생활비마저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이들의 사회적 고립감은 더 커졌다.

26일 통계청의 '2023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750만 2000가구)를 기록했다. 연령대별 1인 가구 비중은 29세 이하 19.2%(144만 가구), 30대 17.3%(129만9000가구), 60대 16.7% 순으로 청년 1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청년 1인 가구의 증가 요인은 취업과 학업을 위한 혼삶을 선택해서다. 이는 수도권 진출이 꼽힌다. 실제로 지역별 1인 가구 비중 청년 1인 가구는 서울, 경기, 부산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예년보다 더 갑갑했다.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시기임에도 연이은 취업난과 고물가, 고금리 등이 더해지면서다.

1인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도 다인 가구 대비 현저히 낮았다. 3분기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278만3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2.4% 감소했다. 반면 2인 가구는 6.9%, 3인 가구 3.1%, 4인 이상 가구는 10.6% 늘었다.

또한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중 20·30대 청년층 일자리는 단 7%에 불과했다. '2022년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총 2645만개로 전년 대비 87만개(3.4%) 증가했다. 그러나 20·30대 청년층 일자리는 단 6만개(6.89%)에 그쳤다. 반면, 60세 이상과 50대 일자리는 각각 44만개(10.0%), 26만개(4.3%)늘었다.

실제 청년층이 느끼는 고용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생각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취업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3%는 올해 신규채용 환경이 지난해보다 어렵다고 답했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늘면서 비정규직 청년 근로자 비중이 증가했다. 지난 8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연령계층별 특성에서 20대와 30대의 비정규직 비중이 각각 0.2%포인트 늘었다. 30대는 한시적 비정규직이 4만명 증가했고, 20대도 시간제 비정규직이 2만 9000명 늘었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중 20·30대가 29.7%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달리 근로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거나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다.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불안도 심화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0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대비 13.3%, 전년 대비 4% 상승한 가격이다. 여기에 전국 연립/다세대 월세도 연중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지난 2월 100.9에서 지난달 101.8로 급등했다.

값싼 월세를 찾아 청년 1인 가구가 몰리는 대학가 원룸 월세도 심상치 않다.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 8월 '다방'에 등록된 서울 주요 대학가 매물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 기준 전용면적 33㎡ 이하가 59만9000원이다. 연세대 인근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50.16%, 경희대 인근은 18.1%, 고려대 인근은 13.47%증가했다.

이처럼 연이은 취업난, 고물가 등은 청년 1인 가구의 미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청년 1인 가구의 빈곤한 삶을 절실히 보여주는 신조어가 올해 속속 등장할 정도다. 극단적 절약을 실천하는 청년들의 온라인 채팅방 모임 '거지방'부터 시작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기 위한 '현금챌린지', 돌아가다(Return)와 캥거루족(Kangaroo族)의 합성어인 '리터루족' 등이 그 예다.

청년 1인 가구의 고된 삶은 곧 정신건강 문제에서도 나타났다. 이들의 현 상황은 서울 거주청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서울연구원의 '제4회 근거기반 정책 모니터링 포럼' 자료를 보면 어려움 중 '생활비 부족 비율'이 27.7%로 가장 높게 차지했다. 또한 취업, 진로, 주거 등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높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20·30대 청년 비중이 가장 높았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우울증 진료인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100만744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 진료인원이 18만 5942명(18.6%)로 가장 많았고, 30대 16만 108명(16%)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1인 가구의 경우 다인 가구 대비 삶의 질이 낮고, 사회적 고립, 외로움,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위험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고립·은둔 청년의 문제가 대두됐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시만 보더라도 고립·은둔 청년(19세~39세 기준)은 약 12만 9000명(4.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청년을 대상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약 6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1인 가구 특성상 우울·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경우 고독사, 자살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 1인 가구가 겪는 사회문제 속에서 혼인 건수 역시 급감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화되고 있다. 혼인 건수는 2000년 약 33만건에서 2022년 약 19만건으로 급감했다. 세부적으로 올해 3분기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혼인 건수는 4만 170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다. 연령대로 보면 25~29세, 30~34세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미혼 청년이 늘면서 초저출산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0~14세 유소년 인구는 2017년 668만명에서 2022년 586만명으로 감소했다. 이대로 간다면 청년인구는 2022년 1061만명에서 2025년 1025만명, 2050년 511만명으로 급감할 예정이다. 반대로 고령 인구는 2025년 1000만명을 넘어 2050년 1891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면 국가경쟁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노인인구 증가는 부양비 부담을 가중시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말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해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국민통합위원회는 내년 1월부터 '청년 1인 가구 대응 특별위원회'(특위)를 출범한다. 이들의 안정적인 삶에 초점을 맞춰 정책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학계, 연구기관, 현장 등 14인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특위는 출범 전 전문가 회의와 준비TF 회의를 통해 ▲안전한 생활환경 ▲안정적 경제기반 ▲사회적 관계 강화 ▲촘촘한 사회안전망 등 4가지 핵심 방향을 설정했다.

이에따라 특위는 청년 1인 가구의 유형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과 창업 실패, 경력 단절 청년들에게 두 번째 도약 기회 지원 등 경제적 안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어 고립·단절 청년의 발굴 및 지원, 지역사회 기반 사회 연대 강화 등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아울러 다인 가구 중심의 법·제도 개선 등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청년 1인 가구의 건강·의료 지원 등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정책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한 내년부터 국민의 정신건강을 단계별로 관리하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올해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청년층(20세~34세)의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검사 항목에서도 현행 우울증에서 조현병, 조울증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내년부터 정신건강 중·고위험군 8만명을 대상으로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또 매년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늘려 2027년까지 100만명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학생·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자살예방인식 개선 교육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이 청년 1인 가구의 경제적 빈곤, 정신건강 문제가 지속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강조되어야 하는 부분을 언급했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센터장은 "현재 경제 상황 속 청년들의 일자리 불안 등 열악할 수밖에 없다. 또한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20~30대의 멘탈 문제도 고립을 가중 시키는 영향이 있다. 이같은 영향으로 청년들의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이 심화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변 센터장은 또 올해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 "정부에서도 청년 1인 가구로 인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올바르게 보고 있다"면서도 "해당 정책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청년 1인 가구와 청년 세대를 나누어 지원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솔지 동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이번 정부의 청년정책을 긍정적으로 봤다. 특히 이 교수는 청소년기의 정신건강 부분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 청년층의 정신건강이나 직업 문제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이나 사회적 분위기, 사회 문화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며 "아동청소년기부터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대인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 노출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마음 근력이 약한 청년들이 밖으로 나와서 대인관계를 이어가거나, 도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직업문제에서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는 곧 청년층의 3포세대로 이어지는 등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장년, 노년층의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매우 찬성하는 바다. 특히 예방적 차원에서 아동청소년기 때부터 건강한 정신건강 관리와 건강한 정체성 형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수진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고립지원센터장은 정부의 정책 지원과 관련하여 장기적으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청년 1인 가구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경제적 어려움, 직장, 학업에 대한 어려움, 관계의 어려움이 가장 높다.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은둔·고립 청년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통합적 정책이 필요하지만, 고립과 은둔 생활 정도에 따른 섬세한 개별화 된 접근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정부의 노력이 나타나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한 투자로 인한 정책 장기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조직 양성 강화 등 안정성을 위한 조직체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청년 1인 가구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1인 가구의 심리 문제, 일자리, 주거 정책 등을 단편적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또 "정신건강 문제에서도 생애주기별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는 청년에서 중장년으로, 또 노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책 지원을 장기적으로 봐야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정신건강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한 단계별 관계 돌봄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당사자성을 갖춘 전문 지원 기관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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