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맞이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탓에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반면,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자발적 혼설족'도 늘어나면서 극과 극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사진=1코노미뉴스
설 명절을 맞이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탓에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반면,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자발적 혼설족'도 늘어나면서 극과 극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사진=1코노미뉴스

#. 서울 노원구에 홀로 거주 중인 취준생 이모(29)씨는 이번 설 연휴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지 않는다. 짧은 연휴 기간 동안 먼 거리를 오가는 것도 힘들거니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부모님께는 전화로 연락만 드렸다. 올해는 연휴 기간 동안 편의점에서 쭉 일할 계획"이라며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기 보단 일하며 사람이라도 마주하는 게 생활비도 벌고 그나마 덜 쓸쓸할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 서울 구로구에 홀로 거주하는 직장인 조모(29)씨도 올해 고향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조씨는 "연휴가 짧다 보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생각"이라며 "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명절 잔소리도 스트레스고 올해는 소소하게 보낼 계획이다. 이번 연휴는 '재충전'이 포인트"라고 전했다.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면서 홀로 설 연휴를 보내는 '혼설족'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전국 2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 명절 계획 설문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는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이 51.2%로 가장 많았고, 홀로 보내겠다는 답변도 20%를 기록하는 등, 왁자지껄한 명절 풍경은 옛말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이처럼 혼설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연휴를 보내는 방식도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에 나선 혼설족이 있는가 하면, 취업·결혼 등 어르신들의 잔소리를 피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이도 있었다.

◇연휴에도 일해야...경제적 부담에 한숨

취준생 이씨는 이번 설 연휴 동안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고향에 내려가 가족을 만나는 것보다 당장의 생활비를 버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이번 연휴엔 단기 알바를 뛰기로 했다. 아무래도 연휴 근무다보니 사장님께서도 알바비를 더 챙겨주시기로 했다"며 "고향이 부산이라 표값도 만만치 않고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입장이라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시험을 준비 중에 있다 보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월세를 제외하면 사실 크게 남는 건 없고 시험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언제까지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는 없다는 죄책감도 늘고 있어 뭐라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한편으론 부모님께 얼굴을 보여드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취준생 신분으로 명절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점도 괴로운 일"이라며 "이래저래 생각해 봤을 때 연휴 동안 알바를 하는 게 고향에 내려가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씨는 "고향을 떠나 홀로 타지에서 책만 바라보는 시간이 늘면서 이따금씩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차라리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라 다행"이라며 "상황이 녹록치 않다 보니 지금 당장은 귀성은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명절 스트레스 두려워...자발적 혼설족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음에도 경우도 자발적 혼설족을 택한 이들도 적지 않다. 어르신들의 명절 잔소리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야 혼자만의 온전한 재충전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직장인 조씨는 "연휴 기간이 짧기도 하고, 귀성길 바글바글한 인파에 휩쓸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이번 명절은 배달음식을 맘껏 시켜먹고 집에서 소소하게 보낼 계획"이라 말했다.

또 조씨는 "나이가 차다 보니 친척 어르신들이 결혼은 언제하냐는 질문을 꺼내고 계신다"며 "지난 추석 연휴 때 고향에 내려갔다 친척 어르신들의 잔소리에 크게 데였다. 이번 연휴는 부모님께 전화 인사만 드리고 혼자만의 재충전 시간을 갖을 것"이라 밝혔다.

실제 알바천국이 지난 8일 성인 3441명을 대상으로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35.6%로 집계됐다. 남성은 29.2%, 여성은 40.1%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으며, 연령별로는 30대가 48.2%로 가장 높았다.

유형별로는 취업·직업 관련 과도한 질문과 잔소리(47.5%, 복수응답)가 1위로 집계됐고, 이어서 ▲선물·세뱃돈·용돈 등 비용 부담(29.2%) ▲상차림·청소 등 명절 가사노동(28.8%) ▲연애·결혼 관련 과도한 질문과 잔소리(27.7%) ▲잘 모르는 가족·친지 모임(21.9%) ▲명절 고향 방문 시 교통체증(19.2%) 순이었다.

조씨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이번 연휴는 재충전이 포인트"라며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인근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가벼운 모임 정도만 가질 예정"이라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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