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민족 대명절 설날, 1인 가구에게는 그리 반가운 날은 아니다.(사진 왼쪽) 강원도 정선의 한 마을에 홀로 생활하고 있는 A(63·여)씨에게 직접 설날 새해 인사를 드려봤다./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민족 대명절 설날, 1인 가구에게는 그리 반가운 날은 아니다.(사진 왼쪽) 강원도 정선의 한 마을에 홀로 생활하고 있는 A(63·여)씨에게 직접 설날 새해 인사를 드려봤다./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민족 대명절 설날 연휴를 맞이해 각 가정에서 이야기꽃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짙은 그늘이 존재한다. 가족과 오래전 연락이 끊겼거나 혼자 지내는 기간이 길어진 1인 가구에게 명절은 누군가의 정이 절실하게 그리운 날일 뿐이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감이 더해진 탓일까. 좁은 방한켠 사회와 단절된 채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명절 전후로 고독사 소식이 끊이지 않으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정황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경찰은 고독사로 추정했다. 남성은 명절을 맞이해 찾아온 가족들에 의해 발견됐다.

또한 지난해 1월 서울 용산구에서 설날을 앞두고 70대 독거노인이 고독사했다. 노인의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노인은 복지급여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평소 거동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고독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의 고독사 위험군의 지표도 심상치 않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2022년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는 2017년 2412건에서 2021년 3378건으로 연평균 8.8% 증가했다.

특히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혼자 사는 사람 10명 중 8명이 고독사 위험군이라는 결과도 있다. 19세 이상 1인 가구 947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독사 위험군은 무려 78.8%로 집계됐다. 이중 고위험군 2.6%, 중위험군 19.8%, 저위험군은 56.4%였다.

성별로는 남성 60.9%, 여성 39.1%로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중증 위험군 비율이 35.4%를 차지했고 60대가 31.2%, 70대 이상이 18.8% 순이다.

보사연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5개 지표인 ▲실패·상실감 누적 ▲고립적 일상 ▲사회적 고립 ▲이동선 높은 생애 ▲돌봄과 지원 중단 등 5가지 지표로 고립 정도를 파악했다.

예로 이별, 자녀사망, 실직, 실패 등의 경험이 많고 식사 횟수, 외출 횟수, 지인 소통 횟수 등이 적을수록 높은 점수를 줬다. 또 복지서비스나 돌봄 서비스 중단을 경험하거나 이사 횟수가 많을 때 위험도가 큰 것으로 봤다.

고독사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꼽히는 만큼 전문가들의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고독사 발생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해 지역사회가 중점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모으고 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박사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소통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인주 박사는 "사회적 고립 위험 안전망으로 성공적인 정책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주민 간에 다양한 활동과 소통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동주민센터와 지역사회복지관에서 고립 가구를 찾고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고 해도 이웃이 함께 모니터링하고 위험 가구를 신고하며 친밀하게 이웃 간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하지 않는다면 안전망 기반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송 박사는 "고립된 사람들을 알아보기 위해 주민의 관심과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고립된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관심받고 환대받을 수 있는 당연한 분위기를 만드는 주민관계망이 확대되어야 한다"면서 "주민관계망이 확대될 수 있도록 주민공간과 주민모임, 주민활동, 자조모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지속되는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사업으로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영범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1인 가구의 고립 예방을 위해 사회적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고립은 사회관계에 대해 더욱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접촉이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며 "따라서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여러 사람과 식사를 함께하거나, 여가 활동을 함께 하는 방법 등으로 사회적 접촉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정숙 강서구 가족센터장은 '관계망 형성' 지원과 관련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숙 센터장은 "1인 가구의 관심사를 고려한 심리 정서 및 자기돌봄 신규사업을 개발·운영해 지역 내 신규 이용자들을 발굴하고, 1인 가구 지원사업을 확장 운영해 사회적 고립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지원은 일상생활 유지 및 사회참여를 높이고 정서적 지지체계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라고 제언했다.

박 센터장은 또 "1인 가구의 관심사를 고려한 심리 정서 및 자기돌봄 신규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함에 따라 지역 내 신규 이용자를 발굴해야 한다. 1인 가구 지원사업을 확장 운영해 사회적 고립 위험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지원은 일상생활 유지와 사회참여도를 높이고, 정서적 지지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지난해 5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에 따른 고독사 예방 관련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관별 분절된 서비스·인프라 연계를 위한 재구조화, 고독사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가장 큰 중점으로 2021년 100명당 1.06명에 이르는 고독사 수를 2027년까지 0.85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7일 복지부는 설 명절 1인 가구 모니터링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또한 전국 지자체는 명절 전후로 돌봄이 필요한 고독사 위험가구, 독거노인, 고립 가구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모니터링 확대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보였다.

전문가들이 강조한 만큼 지역사회의 관심이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홀로 명절을 보내고 있는 1인 가구, 독거노인이 주위에 있다면 새해 인사라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