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포비아' 현상이 확산하면서 세입자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주거난이 심화하고 있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전세 포비아' 현상이 확산하면서 세입자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주거난이 심화하고 있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서울 월세가 너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월 60만원 방을 재계약하려니 90만원을 불렀다. 갑자기 매달 30만원을 더 내야 하는데 관리비까지 생각하면 월급의 40%를 주거비로 쓸 판이다. 지금 하는 일을 하려면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해서 일단 재계약을 생각하고 있다."

서울살이 5년 차인 최수연(가명, 29) 씨는 최근 월세에 관리비까지 치솟으면서 예상치 못한 생계비 부담으로 고민이 커졌다. 좋아하던 여가활동을 줄이고, 쇼핑은 물론 식비까지 줄이고 있지만 매달 생활비가 부족해서다. 최 씨는 "올해 월급이 조금 올라서 여유가 생기나 했더니 월세가 그것보다 더 올랐다. 오히려 작년보다 삶이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자괴감이 들어서 가계부 앱을 지웠다.  꿈을 찾아 서울에 왔고 원하던 일도 하고 있지만, '돈'을 생각하면 하루하루 너무 치열한 기분이다."

'전세 포비아' 현상이 확산하면서 세입자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주거난이 심화하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 빌라(연립·다세대) 시장에서도 월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서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102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09%나 올랐다. 이는 2015년 6월 이래 최고치다. 월세가 치솟았던 지난해 2월(100.9)과 비교해도 급등한 수치다.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도 동기간 103.9에서 105.9로 올랐다. 오피스텔 역시 99.77에서 100.07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월세 급등이 고금리와 전세 포비아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른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단독·다가구주택의 전월세 거래는 14만8202건으로 이 중 10만8026건이 월세였다. 전체 임대차 거래의 72.9%에 달한다. 

월세 비중은 전세 사기가 사회적 충격을 주기 전인 2020년만 해도 54.7%에 불과했다. 

결국 월세 거주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부담만 높아지고 있다. 전체 1인 가구의 약 40%가 월세에 거주해서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20·30대 청년 1인 가구 거주 비중이 높고 이들 상당수가 월세에 거주한다. 

이렇다 보니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청년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이 '2021~2023년 서울 월세시장 추이 분석 및 시사점'을 분석한 결과 서울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63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또 2년간 월세 상승률은 15.8%에 달한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 기준으로 청년층 월소득의 35%에 달하는 금액이다. 월세 외에 관리비가 최소 10만원 이상 추가되는 것을 감안하면 40%대 부담이 예상된다. 

청년 전입 비율이 높은 대학가의 경우 신축 월세는 다세대주택이 평균 101만9000원, 오피스텔은 96만3000원에 달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는 월세 급등이란 또하나의 악재를 만난 셈이다. 저출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해도 청년층 입장에서 결혼은 엄두를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김진우(가명, 32) 씨는 "한 달에 300만원 정도 소득이 있다. 월세, 관리비, 통신비, 교통비 등 고정비만 200만원을 쓴다. 여행이나 친구들 만나고 하면 손에 남는 돈은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통장 잔고만 쌓인다"며 "혼자 사는데도 마이너스인데 어떻게 결혼을 생각하냐. 연애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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