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코노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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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1인 가구일수록 단조로운 식사 습관이 영양불균형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혼자 식사하다 보니 편식이나 결식이 잦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양소가 결핍된 식단을 오래 유지하면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고 조언한다.

김지명 신한대 교수 "1인 가구, 불규칙한 식습관 삶의 질 망친다"라며 "1인 가구는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불규칙적인 식습관과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많고, 식사하더라도 간단하게 대충 먹거나 외식 및 배달·테이크아웃 음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식생활은 열량, 지방, 나트륨의 섭취를 높이고 영양불균형을 초래하여 비만, 고혈압, 대사증후군 및 우울증이나 인지기능 저하와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혼밥 빈도 증가는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속화된 측면이 있지만, 1인 가구의 증가와 식문화 변화, 비대면 디지털 의사소통 증가로 인해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무조건 혼밥을 피하기보다는 건강하게 혼밥을 하는 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2020년 1인 가구의 42.4%는 균형 잡힌 식사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표한 1인 가구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혼자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식사 준비'를 손꼽았다. 대체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아 아침 결식은 비만, 당뇨병 등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19세 이상 성인 3691명을 대상으로 가구 형태별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2019년 3월), 1인 가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16.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인 가구(7.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1인 가구의 경우 다인 가구보다 가정간편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나트륨 과잉 섭취 가능성도 크다. 찌개류 가정간편식의 영양성분 함량은 1회 제공량 당 평균 열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함량이 낮아 한 끼 식사 대용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대로 1회 제공량 당 나트륨 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1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2000mg)의 50.6%에 달한다. 하루에 두 끼만 먹어도 권장량을 훌쩍 넘긴다. 배달음식 역시 자극적인 음식이 많아 나트륨 함량이 과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1인 가구는 과일 및 채소 섭취 비율도 낮다. 서울연구원이 2010~2019년 10년간 서울시민 1만1918명(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분석한 결과, 과일 및 채소 1일 500g 이상 섭취 비율은 △1인 29.3% △2인 39.3% △3인 40.7%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과일, 채소 섭취 비율이 가장 낮은 것이다.

혼밥은 정신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혼밥 남성은 동반 식사 남성보다 수면부족 위험이 1.3배, 우울한 기분에 빠질 가능성 1.9배, 극단적 선택 생각 2.2배 높았다. 여성도 수면부족 위험 1.4배, 우울감 1.5배, 극단적 선택 가능성 1.6배 높게 조사됐다. 

40대 1인 가구 이주영(가명)씨는 퇴근 후 빈집에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적막감과 우울감을 피하기 위해 가벼운 음주를 선택했다. 배달음식이나 포장음식에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바로 수면에 들기 위해서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이씨의 이러한 일상은 결국 건강을 악화시켰다. 올 초 건강검진에서 이씨는 다수의 용종을 제거해야 했고, 고혈압·고지혈증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까지 받았다.

30대 1인 가구 전시은(가명)씨는 최근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비자발적 1인 가구인 전씨는 혼밥이 싫다. 혼자 집에 있다 보면 부정적 생각에 휩쌓이고 혼자 밥을 먹을 때면 부쩍 외로움이 느껴져서다. 최근에는 수면제와 근육이완제를 동시에 복용하면서 만 하루를 꼬박 잠들었다가 가족의 신고로 119가 출동하기도 했다. 

부산이 고향인 20대 1인 가구 오유진(가명)씨는 3년 전 직장 때문에 서울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바쁜 직장 생활에 아침은 거르고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해결한다. 주말에는 집에서 간편식과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오씨는 최근 빈혈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 진단에 깜짝 놀랐다. 영향불균형으로 여성 호르몬 수치에 빨간불이 켜진 것. 오씨는 "밖에서 사 먹는 음식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당분간 집밥으로 불규칙한 식생활을 고쳐야겠다"고 말했다. 

먹거리에 집중하는 지자체 정책

이렇다 보니 지자체마다 1인 가구 식사 지원이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됐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자체 대부분이 1인 가구 관련 정책으로 '먹는 것'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서울 중랑구는 1인 가구 청년들의 식(食) 건강을 위해 쿠킹클래스와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함밥데이 맛있는 수다 테이블'운영에 나선다. 함밥데이는 혼밥에 익숙한 1인 가구 청년들이 함께 요리도 배우고 밥도 먹으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구는 지역 네트워크 형성으로 1인 가구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구 관계자는 "음식을 매개로 혼자 사는 청년들이 공통된 관심사와 고민을 나누고 서로 소통하며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앞으로도 청년 1인 가구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도 1인 가구를 위해 밀키트를 지원했다. 서초1인가구지원센터는 지난 18일 혼밥 프로젝트를 통해 밀푀유나베 간편식을 관내 1인 가구 150명에게 전달했다. 배송은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hy(구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담당했다. 

구는 지난해에 제공한 겉절이·진미채로 구성된 반찬이 직접 식당으로 찾아가 받아야 하고, 보관 기간이 짧다는 불편함이 있어 올해는 혼자서 요리할 수 있는 간편식으로 변경하는 등 개선했다고 전했다. 다음 달부터는 중위소득 160% 이하인 청년 및 중장년 1인 가구의 식생활 자립 향상과 관계 증진을 돕기 위한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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