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토론회 가보니…기업 반발에도 전문가 규제 필요 한목소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밀키트제품 영양성분 표시화 정책과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1코노미뉴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밀키트제품 영양성분 표시화 정책과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1코노미뉴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대중적인 먹거리로 떠오른 밀키트. 급격한 성장 만큼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영양·나트륨 성분 표시 문제가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

밀키트는 다양한 구성, 맛,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나트륨·탄수화물·당류·지방·트랜스지방·포화지방·콜레스테롤·단백질 등 영양소 함량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중에서도 나트륨의 경우 밀키트 한 제품당 1일 권장량 2000mg을 훌쩍 넘는 제품이 많아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21일 국회에서 소비자단체, 기업이 참여한 밀키트 영상성분 표시화 정책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밀키트제품 영양·성분 표시화 정책과제 국회 토론회'에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이사장,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가운데)이 토론회 인사말을 말하고 있다./사진=안지호 기자
강은미 정의당 의원(가운데)이 토론회 인사말을 말하고 있다./사진=안지호 기자

강은미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온·오프라인으로 식품을 구입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밀키트와 같은 조리식품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밀키트 안전 실태조사 결과 16개 제품 중 1개 제품만 자율적으로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이사장은 "밀키트 영양표시정책은 특성상 어려운 요소가 있다는 것을 공감한다"면서도"먹거리 영양표시화 정책은 시민들의 알권리, 선택, 안전 등 모든 곳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밀키트 나트륨 기준치 초과 등 영양성분 표시 문제를 두고 소비자의 건강한 음식 섭취와 알권리를 위해 논의하고자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앞서 조선행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회 위원장이 발제자로 나서 '국내 밀키트제품 영양·나트륨 성분 표시화 실태조사 결과 및 표시화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자로 나선 조선행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회 위원장./사진=안지호 기자
발제자로 나선 조선행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회 위원장./사진=안지호 기자

조선행 위원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밀키트는 노동력 감소, 음식물 쓰레기 감소 등 외식보다 비용절감 장점들로 인해 긍정적인 제품이다. 하지만 밀키트는 영양표시 의무대상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간편조리세트의 영양성분표시를 기본으로 제공해 저염, 저당, 저지방 식단 등 건강한 먹거리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먼저 밀키트 제품의 나트륨 성분을 지적했다. 그는 "1인 1일 나트륨 섭취기준은 2000㎎이지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결과 4개 제품군 총 100개 밀키트 제품 중 51개 제품이 나트륨 1일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부대찌개 31개, 짬뽕류 14개, 불고기전골 6개"라고 설명했다.  

또 조 위원장은 "수치가 높은 짬뽕류는 최대 나트륨 수치가 5242㎎로 나타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트륨 섭취가 너무 높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밀키트 제품 영양성분 표시 미흡에 대해서도 "공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최미경 교수팀이 2021년 9월~2022년 1월 조사한 자료를 보면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 중인 밀키트 제품 총 497개의 표시 상태를 조사한 결과 228개(45.9%)로 절반도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양정보 표시 운영화가 시급하다. 제조사에서도 자발적으로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곳이 많지만, 대부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안심하는 먹거리를 위해 업체의 자발적인 영양표시 참여가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은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홍준배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국장, 임상훈 프레시지 식품안전 그룹장, 심선희 CJ제일제당 밀키트팀 팀장, 오재준 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과장이 참여했다.

유미화 좌장은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 안심이 핵심"이라며 "기업입장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듣고, 기준을 세워 소비자와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겠다"라고 말했다.

임상훈 프레시지 식품안전그룹 그룹장은 밀키트의 영양표시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뒤따른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이사장, 임상훈 프레시지 식품안전 그룹장, 심선희 CJ제일제당 Meal-kit팀장./사진=1코노미뉴스
(왼쪽부터)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이사장, 임상훈 프레시지 식품안전 그룹장, 심선희 CJ제일제당 Meal-kit팀장./사진=1코노미뉴스

임상훈 프레시지 그룹장은 "영양성분에 대한 화두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의 알권리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밀키트는 다른 식품들과 달리 농축산물, 영양소스, 가공식품이 함께 제공되는 제품이다. 농식품의 경우 사육환경, 재배환경, 지역에 따라 영양표시가 달라 많은 애로사항이 뒤따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양표시를 하더라도 봄과 가을에 만드는 것이 영양성분이 달라져 표시에 제한이 생긴다. 영양성분표시가 제도화되면 패키지, 발주수량 등 포장재 변경에 대한 비용을 기업이 감내해야 한다"면서 "영양성분표시를 하더라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양성분에 대한 변경사항, 정부차원에서 가이드를 제시해주면 좋겠다. 영양성분의 오차범위의 경우 여유롭게 적용해 준다면 기업에서 부담이 덜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심선희 CJ제일제당 밀키트팀 팀장은 임상훈 프레시지 그룹장과 같은 맥락이라며 입장을 같이했다.

심 CJ제일제당 밀키트 팀장은 "밀키트라는 제품의 특성상 영양성분의 표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밀키트의 정의는 조리되지 않은 농축산식품물과 정량식재료, 조리법으로 제공돼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하는 식품이다"라면서 "밀키트는 원물의 사용이 많은데, 원물은 재배, 도축, 수확, 채취 기간에 따라 영양성분이 달라진다"라고 강조했다.

또 "소비자가 주어진 재료나 가이드에 따라 직접 조리하는 제품인데 조리환경이나 방식에 따라 실제 섭취하는 영양성분이 다를 수 있다. 밀키트 제품을 출시할 때 기업에서도 셰프나 전문가들이 직접 조리가이드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영양 표시를 위해서는 기존 포장지 폐기 처분에 대한 부담을 기업은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심 팀장은 "영양표시 의무화가 된다면 별도의 기준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에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비자, 기업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개선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홍준배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국장,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조선행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회 위원장./사진=1코노미뉴스
(왼쪽부터)홍준배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국장,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조선행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회 위원장./사진=1코노미뉴스

오재준 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과장은 "'즉석조리식품'은 영양표시 의무 대상이지만, 간편조리세트는 식품유형이 비교적 최근에 신설됐고, 지역별, 계절별, 품종별 영양성분이 달라지는 자연산물의 특성으로 영양표시 대상이 아니다"면서 "밀키트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의 알권리보장으로 영양표시 제안이 제기되고 있다. 나트륨초과에 대해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 과장은 또 "다만, 간편조리 세트의 특성을 고려해 영양성분 표시 도입에 대한 업계 의견 수렴 결과, 자연산물에 대한 영양성분이 변화되는 폭이 매우 커 표시하는 값이 정보로서의 정확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 토론회 발제를 모두 인용해서 기업,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앞으로의 개선방안에 대한 중점을 설명했다.

홍준배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국장은 "지난해 소비자 안전체감도 조사를 보면 소비자는 밀키트가 포함된 간편식품을 안전하지 않은 식품군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밀키트는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없었지만, 영양표시에 대한 부분들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다. 밀키트 제품이 아무래도 업체의 입장처럼 식재료들의 규격화가 되어있지 않아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소비자의 건강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도록 표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영양표시에 대해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것을 사실이다. 그렇다면 단계별 수순이 필요하다"면서 "우선적으로 나트륨에 기준을 두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정착이 된다면 이후에 모든 영양성분으로 넓히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충분히 대안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품에 따라 같은 밀키트라도 당류, 나트륨 등의 문제가 다르다. 따라서 나트륨, 당류, 지방 모두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식품표시 의무대상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2010년에는 표시대상을 패스트푸드 일부외식까지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또 "나트륨 콜레스테롤 지방은 원산지 계절성 등 변화가 거의 없다. 식재료마다 영양표시 제한에 오차범위가 크지 않다"면서 "그래도 오차범위 완화에 대한 기준점을 넓게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포장재에 대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단순 가공식품보다 밀키트가 훨씬 건강하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너무 강화하지 않더라도 소비자 선택권, 알권리는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밀키트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를 두고 기업측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소비자단체 등은 소비자의 알권리와 국민 건강을 고려해 영양·성분 표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이 부분에 대한 적용은 단계적일지라도 밀키트 시장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요구된다. 

한편 밀키트 시장은 1인 가구 수 증가, 수요층이 다변화, 고물가로 인한 가성비 확보 등으로 엔데믹 상황에서도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21년 2587억원 규모에서 2022년 3363억원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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