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책 <영웅의 여정>을 번역 출간한 과정을 이야기했다. 처음 영웅의 여정 원서를 읽고 난 후,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생겼다. 

그 싹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더니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직장인으로만 살았을 뿐 책을 내 본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출판사, 번역 에이전시, 저작권 이런 말들이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다.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매일 새벽에 일어나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책을 펴고 워드를 열어 번역하기 시작했다. 첫날은 2페이지를 번역했다. 어떤 날은 간신히 1페이지를 번역하기도 했다. 내용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찾아보고 공부하다 보니 번역 속도가 더디기만 했다. 

"하루에 10페이지씩 번역하면 한 달이면 끝나겠군." 

번역을 시작하기 전 호기롭게 했었던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 헛웃음이 나왔다. 

석 달 정도 지났을 때 책의 80% 이상을 번역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배 속에서 혼자 무럭무럭 자라서 커져만 가는데 바깥세상에서는 애를 받을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출판업계 경력을 가진 분을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 번역하기 전에 먼저 한국어 번역 판권을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판권을 확보한 후에 번역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누가 이미 판권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까지 번역한 것은 헛수고라고 말했다. 

원저자인 로버트 딜츠(Robert Dilts)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봤다. 마침 그가 한 달 후에 일본의 한 교육기관에서 3일짜리 '영웅의 여정 워크숍'을 진행하는 스케줄이 눈에 띄었다.

한 달 후 도쿄에 갔다. 나는 60명의 참가자 중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쉬는 시간에 로버트 딜츠에게 가서 말했다. 당신의 책을 한국어로 이미 번역해 놓았으며 책을 한국에서 출판했으면 좋겠다고. 

그가 깜짝 놀라며 "Really"를 외쳤다. 상황을 듣고 환한 웃음을 짓던 그가 캘리포니아 사무실에 한국어 판권이 살아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워크숍이 끝나고 그가 나를 불렀다. 

"이 책의 한국어 판권을 당신에게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국에 가서 책을 출간해 줄 출판사를 찾아라. 그리고 이 책으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해준 말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어떤 분을 만났다. 책을 거의 번역했고 출판권도 확보했는데 출판사를 찾고 있다고 말하자 그가 잠깐만 기다려 보라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만이었다.  

출판업계 계셨던 그분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간에 있었던 나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쩌면 무대포로 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리 출판 프로세스를 잘 알아도 그게 책을 출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죠."

처음 책을 번역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출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번역하고자 하는 내 마음에만 집중했다. 그러자 다른 모든 불안과 걱정이 사라졌다. 번역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 정신을 차리고 눈을 들었다. 더듬이를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보았다. 

그러자 내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았던 길들이 어둠 속에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영웅의 여정을 한국어로 출간했다.

지금은 영웅의 여정 워크숍을 한 달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다. 3월에는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4월에는 한 명이 신청했다. 많을 땐 10명 정도 신청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가끔 들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히 워크숍을 개최하다 보면 지금은 보이지 않은 길들이, 다른 세계로 나를 이끌어 줄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고 펼쳐질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그 믿음으로 나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나만의 주파수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C2P 코칭 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현재는 멘탈코칭 워크숍과 영웅의 여정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