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정책에 92만 청년 차별 겪어
연령 상한 제각각, 청년사업 수두룩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만 35~39세는 청년일까? 국가가 정한 '청년기본법'에서는 그렇지 않다. 청년기본법에서 청년은 만 19~34세를 말한다. 그렇다고 35~39세를 중장년층으로 보지도 않는다. 정부가 예산상 한계와 각종 청년 지원 사업의 기준점을 삼기 위해 청년 나이를 이처럼 한정했을 뿐이다. 

심각한 취업난이 이어지는 요즘, 35세는 이제 갓 취업한 사회초년생 또는 아직 취업하지 못했거나, 첫 회사를 실패한 취업준비생이다. 34세나 35~39세나 모두 청년 정책 지원 대상인 셈이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년 정책 대상으로 만 39세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각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나이를 만 39세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했다. 

그런데 학업, 취업 등 비자발적 이유로 혼자 사는 청년 1인 가구가 밀집된 수도권에 아직도 청년에 대해 보수적 잣대를 적용한 지자체가 있다. 바로 경기도다. 

본지는 정부의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사업 발표 직후인 지난 7월 26일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보도(▶ 제각각 청년 나이…전세보증금 지원, 경기·부산 1인 가구 역차별 )한 바 있다. 이후 사각지대를 인식한 지자체들은 각각 추가 예산을 배정하며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헤프닝을 벌였다. 

경기도는 법적 근거가 없어 34세를 유지했다. 일부 경기도 내 시·군은 별도로 지원 대상을 39세로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기도에 거주하는 35~39세 청년만 청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차별받는 인구도 적지 않다. 경기도 내 35~39세 청년 인구는 약 92만명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비단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사업에서만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경기도 내 청년 정책 사업 대부분에서 같은 현상이 드러났다. 

2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에서 추진 중인 49개 청년 사업 중 33%인 16개만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나머지는 34세 이하 또는 18·24세 등을 대상으로 한다. 

도는 사업 특성별로 적합한 나이 기준을 선정해 최대한 많은 대상자에게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얼핏 맞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같은 정책인데 서울시민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경기도민은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경기도민이라도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또 차이가 있다. 경기도가 청년 나이 기준을 상향하지 않으면서 각 시·군이 필요에 따라 정책 대상을 달리한 결과다. 그야말로 고무줄 정책이다. 

각종 청년 정책의 근간이 되는 경기도 청년 관련 조례 현황도 마찬가지다. 

가족돌봄청소년 및 쳥년 지원에 관한 조례는 청년 범위를 34세까지로 제한했다. 청년 고용우수기업 인증 및 지원 조례도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은 34세까지 중소기업은 29세까지다. 청년 국민연금 가입 장려 조례와 청년기본금융 지원에 관한 조례도 34세까지다.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는 24세, 청년 예술인 육성 및 지원 조례는 34세로 제한했다. 청년 기본 조례에 따라 정해지는 청년 주거안정 지원 조례도 34세다. 반면 청년공간 설치 및 운영 조례,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 농어업인 육성 및 지원 조례, 청년 일자리 창출 촉진에 관한 조례는 39세다. 

이러한 조례를 기반으로 추진되는 청년정책 역시 들쑥날쑥이다. 

교육 분야만 놓고 봐도 경기도가 진행하는 청년 맞춤형 채용지원 서비스는 39세까지 지원한다. 과천시의 청년 멘토링 사업은 39세였다. 그러나 수원시의 청년 역량강화 프로그램은 34세까지다. 안산시 청년인턴사업도 34세다. 

취·창업 활동 프로그램 및 공간을 제공하는 시흥시 청년스테이션은 34세인 반면 하남시 청년해냄센터는 39세다. 

취업준비생에게 면접 정장을 대여해 주는 파주시 청년드림옷장은 34세, 안산시 취업홈런옷장은 39세다. 

청년 창업지원도 수원시는 34세까지, 양주시는 39세까지 지원한다. 청년의 날 행사조차 의정부시는 34세까지다. 군포시·과천시 등은 39세까지다.

이처럼 경기도 내에서도 청년 나이 기준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면서 청년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의회도 이를 인식해 청년 나이 기준 상향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김도훈 의원(국민의힘)이 관련 내용을 담은 '경기도 청년 기본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창민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 위원은 "거주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청년이 청년이 아니게 되고, 역차별을 받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정책적인 지원은 최대한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는 모두 기준을 상향했고, 형평성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무난한 통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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