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된 인구 변화 양상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고령화, 저출산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1인 가구 정책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이에 면밀하게 대응해 후차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이미 국내 1인 가구수는 2022년 750만가구를 넘어섰다. 2050년에는 900만가구를 돌파할 것이란 추계도 있다. 그럼에도 1인 가구 정책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신년기획]을 통해 '전문가들이 바라본 2024년 1인 가구 정책 방향'을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정부는 2020년 처음으로 1인 가구 중장기 정책방향을 내놨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인 가구 역차별 해소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종합 패키지 정책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였다. 법무부와 여가부 등도 그 후속조치로 1인 가구 관련 정책을 내놨지만, 결국 모두 허사로 끝났다. 

법 개정안은 무엇하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범정부 차원의 1인 가구 대책은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인구·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고립·고독사 등 사회적 문제 해소를 위한 대책이 시행됐다. 또 일부 지자체에서 1인 가구 실태조사 등 1인 가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실태조사,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등 1인 가구 관련 대책이 일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한다. 아직까지 1인 가구의 생활과 정책 필요에 대한 조사가 부족해 1인 가구 실태조사를 근거로 한 체계적이고 촘촘한 맞춤형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2024년은 한층 1인 가구와 관련한 사회적 요구와 정책 필요성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1코노미뉴스]는 전문가들의 눈을 통해 갑진년 1인 가구 정책 방향을 짚어봤다.

◇심리적 돌봄, 치료적 접근보다 관계망 형성 확대 필요

올해 1인 가구 정책 방향으로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등 심리적 돌봄에 주목했다.

박민선 한국한아름복지회 이사장은 "코로나 19 이후 니트청년(쉬었음 청년) 증가 등 청년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청년 1인 가구의 고립과 정신건강의문제가 많이 대두되는 것 같다. 매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청년 삶 실태조사의 2022년 결과를 보면 우울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느꼈음에도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비율이 청년 1인 가구가 전체 청년가구에 비해 14%가량 높고 상담을 받지 못한 주된 이유로 비용부담(29.9%), 심리적 거부감(21.1%), 정보부족(21.1%) 등을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청년이 비용부담 외에 시간부족을 주요 이유로 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정부에서 작년에 실시한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에 이어 고립은둔청년지원방안을 발표했고, 곧 발표예정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청년1인가구특별위원회 정책과제 내에도 청년 1인 가구 마음건강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포함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솔지 동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1인 가구가 다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므로 사례관리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예방, 진단, 개입이 필요한 대상에게 전문가 투입과 이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한 1인 가구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이를 중심으로 실태 조사 및 대상자 파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적절한 정책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범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사회적 고립 예방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심리적 돌봄은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고립 문제는 특히 50~60대 장년층, 남성에게서 더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된다. 여성의 경우 1인 가구라도 주변 지인이나 가족 등 주변 사회관계와 접촉하는 경우가 많지만, 장년층 남성의 경우 1인 가구가 되었다는 것은 가족과의 분리, 경제적 실패 등으로 가족이나 친구 등 사회관계와 접촉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적 고립은 사회관계에 대해 더욱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접촉이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따라서 남성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김 교수는 의료적인 지원 전에 사회적 접촉을 늘려서 다시 사회활동을 재개할 방법을 찾을 것을 제시했다. 그는 "여러 사람과 식사를 함께하거나, 여가 활동을 함께 하는 방법 등으로 사회적 접촉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성의 경우는 친구와의 접촉 시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접촉이 없을 수가 있으므로 사회활동에 대한 비용을 공적으로 제공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숙 강서구 가족센터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1인 가구의 심리적·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해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박 센터장은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1인 가구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사업은 참여자간 소통을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기간만큼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인식하고 소통했으며, 고립감과 고독감의 감소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혼자 하기 힘든 체험이나 활동들을 해볼 수 있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1인 가구의 관심사를 고려한 심리 정서 및 자기돌봄 신규사업을 개발·운영해 지역 내 신규 이용자를 발굴하고, 1인 가구 지원사업을 확장 운영해 사회적 고립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은 일상생활 유지 및 사회참여를 높이고, 정서적 지지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심리적 돌봄 정책이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1인 가구 사업의 목적인 고립과 고독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다. 만족도를 살펴보면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 들었고, 지역사회활동 참여 기회를 높여가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특히 센터에서의 프로그램은 주변 사람들과의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참여한다는 이유를 제시하기도 했다"며 "주변 사람들과 편하게 만날 기회가 부족하고 새로운 사람을 스스로 사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교류하는 것을 주저하는데 센터의 사회적 관계망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해소해 가고 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1인 가구 정책 서비스 일선에 있는 이해민 강서구 가족센터 팀원은 "정신건강 지원도 중요하지만, 단계별 관계 돌봄 정책 또한 제시되는 바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1인 가구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통합적으로 의뢰해 치료를 진행하는 것보다 외로움과 불안감이 큰 부분이라고 생각되며, 외로움과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망을 형성하고 좋은 자원들을 연결해 홀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고 다른 1인 가구나 건강한 관계와의 접근을 통해 나만 혼자 외로운 게 아니라는 유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족센터 프로그램은 1인 가구에 사회와 관계를 맺어나갈 구실과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결한다. 이것이 1인 가구 심리 지원에 있어 중요한 지점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 1인 가구 심리적 돌봄 정책을 추진한다면 정신건강검진과 같은 치료적 접근보다 관계를 맺고 자원을 발견하며 안정감을 누리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복지적 접근의 정책을 추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신체적 돌봄 서비스, 1인 가구 상황 고려해야

이처럼 심리적 돌봄의 중요성이 올해도 강조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체적 돌봄에서도 1인 가구가 사각지대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선 이사장은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혼자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갑자기 아플 때 대처하는 것’과 ‘식사를 건강하게 챙겨 먹기 어려운 점’을 꼽고 있다. 그만큼 건강과 영양은 청년 1인 가구에게 중요하다. 관련 정책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1인 가구의 상황을 고려한 지원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라며 "상당수 정책이 1인 가구에 알려지지 않거나, 1인 가구가 알면서도 이용하지 않거나, 한번 이용하고 사실상 다시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저희 연구소에서 1인 가구 정책을 이용하지 않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미이용 원인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는데, 1인 가구 서비스가 정책 대상인 1인 가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서울시 대표 1인 가구 정책인 병원안심동행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평일 낮과 이른 저녁 시간까지만 가능하다. 그런데 1인 가구가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는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이다. 1인 가구이기 때문에 옆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어 공적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정작 1인 가구가 지원이 필요한 시간에는 지원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 1인 가구에게 건강한 밥은 영양적 측면 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그런데 현재 공동부엌이나 식사지원서비스 등 1인 가구 지원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1인가구지원센터나 가족센터다. 문제는 이러한 센터들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고, 운영시간이 오전 9~ 저녁 6시다. 1인 가구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면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박 이사장은 "올해 정책 전달 체계의 효과성을 높이고 현실적으로 1인 가구에 지원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솔지 교수는 돌봄 인력 부족에 따른 물리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신체적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를 어떤 사람들로 특정할 것인지 기준을 만들고 의료적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이 발생했을 때 이들을 의료기관과 연결하는 중간 사례관리자로 의료사회복지사 등을 양성·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범 교수는 "신체적 돌봄이 주로 질병에 대한 대응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양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1인 가구는 식사가 부실하다는 점이 많이 언급된다. 따라서 직접 식사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함께 식사할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주변 식당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식사 쿠폰을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정숙 강서구 가족센터장은 "앞으로 가족센터가 1인 가구 긴급돌봄 및 병원동행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지역사회 민간/공적 자원을 활용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이용자가 가족센터에 서비스 이용신청을 하면 가족센터는 유사서비스 제공 기관의 서비스를 연계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희망드림사업은 전국에 98개소의 가족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대상 가정에 인력을 파견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는 1인 가구 긴급돌봄서비스의 서비스 설계에 참고할 부분이 있다. 이외에도 키움보듬이, 배움지도사 등을 활용해 여성가족부에서 정한 시간당 급여기준, 서비스인력 양성 교육 및 보수교육, 인력관리 등 내용도 함께 반영해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주기식 식생활 정책 지양해야…간편식 지급 'No' 요리교실 늘려야

1인 가구 관련 정책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건강한 식생활'이다. 여러 보고서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1인 가구는 다인 가구 대비 불균형한 식생활로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러한 부분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범 교수는 "앞서 말씀드렸듯 배달하는 것은 배달 인력도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도시의 경우는 지역 식당에서 구매해 식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몇 인터뷰에 의하면 배달 도시락의 경우 식어서 먹지 못하거나 자기 생활의 자립성이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생각해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배달 대신 식사를 스스로 준비하는 데 필요한 원재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솔지 교수는 "1인 가구의 식생활 개선 지원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기관으로 가족센터나 사회복지관을 꼽을 수 있다. 다만 1인 가구라는 이유만으로 퍼주기 형식의 사회서비스는 지양되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사람들에 대한 기준 마련과 전문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센터는 여가부 소속 기관으로 기존에 보건복지부 소속 사회복지기관들이 하는 많은 사업이 중복 수행되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1인 가구 문제에 여러 기관이 비슷한 서비스를 중복해서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정책 효율성을 챙겨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숙 가족센터장은 "서울시 먹거리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와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은 모든 식품군에서 부적절 섭취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약계층일수록 혼밥하는 이유로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라는 사회적 고립을 지적한 비율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는 혼밥 대책과 고령화와 1인 가구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젊은 연령층, 1인 가구에서의 채소와 과일 섭취 증진을 위한 식생활 중재 프로그램 필요하다"며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식생활 개선 정책에 채소 및 과일 섭취의 증진을 위한 교육 및 홍보 활성화도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이해민 강서구 가족센터 팀원은 "1인 가구 특성상 음식을 스스로 해서 먹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생각된다. 간편식이 발달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것을 같이 나눠 먹는 경험을 하는 것은 1인 가구의 건강한 식생활과 더불어 심리적 건강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점을 형성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같이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경험은 이후에 스스로 요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자신감을 형성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해당 요리를 나눠 먹어 또 다른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 또한 제공하는 이중 효과가 있다. 주변 식생활건강지원센터나 지역보건소와의 연계를 통해 건강 관련 강의를 실시하고 요리 실습을 같이 병행 하는 프로그램 또한 고려해 봐야 할 지점이 아닐지 생각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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