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중심의 사회구조 변화가 가파르다. 경제·산업은 물론 정부 정책도 1인 가구를 주목하고 있다. 미래 사회의 중심이 될 1인 가구. 올해는 그들의 특성과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그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연말기획으로 다양한 숫자를 통해 바라본 1인 가구 뉴스를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40만원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소비심리 위축과 국민 생계가 위협받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사상 최초로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원한 대책이다. 

지원 규모, 방식 등을 두고 긴박한 논의가 이뤄졌고, 소득·재산과 상관없이 가구원수별 차등 지급(주민등록세대 기준 + 건강보험료상 가구 기준)으로 결론이 났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1차 지원에만 이뤄졌던 재난지원금 지급, 1인 가구는 '40만원'의 현금을 받았다. 

앞으로 발생할 긴급재난상황에서 1인 가구에게 쥐어질 지원금의 기준이 40만원으로 정해진 셈이다. 

40만원이란 액수는 경제적 독립생활을 이어가고 평균 연소득 규모가 다인 가구보다 낮은 1인 가구에게는 한 달 주거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월세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연소득은 2116만원(월 176만원)이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42만6000원이며 이 중 17.9%를 주거비, 16.0%를 음식·숙박, 11.6%를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에 쓴다. 

132만원

올해 청년 1인 가구를 분노하게 만든 숫자는 '132만원'이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공공임대주택 시행규칙을 개정·시행하면서 1인 가구 소득기준을 132만원으로 변경한 것이다. 

올해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계획하고 있던 수많은 청년 1인 가구에게 좌절을 안겨 준 최악의 개정이다. 올해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월급을 계산하면 월소득은 179만원을 넘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끌어올려놓고 그 이하로 공공임대주택 소득기준을 정한 것이다. 

그나마 정부는 이 같은 불만에 대응해 소득기준을 185만원으로 변경했다. 이는 내년부터 적용된다. 사실상 올해 공공임대주택은 단기계약직조차 못 구하는 저소득 1인 가구가 아니면 입주가 불가능했다. 

LH가 공급하는 행복주택도 문턱이 높은 건 마찬가지다. 청년 행복주택 소득기준은 월 212만원이다. 연봉 2540만원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100~299명 규모 사업체의 사회초년생 초봉은 고졸 2814만원, 전문대졸 3051만원, 대졸 3453만원이다. 

정규직 청년 1인 가구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갖춘 공공임대는 멀고도 멀다. 

159만 가구

우리나라는 고령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2047년에는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49.6%)이 고령자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 증가는 고령자 가구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체 고령자 가구의 34.2%가 1인 가구로, 부부 가구(33.1%)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홀로 사는 고령 1인 가구 수는 올해 158만9000가구를 기록할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가구특별추계를 보면 이 숫자는 더 늘어 2047년에는 무려 405만1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시설 수는 2019년 기준 전국 7만9382개소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경로당(6만6737개소)이다. 돌본 서비스를 위한 노인의료복지시설은 5529개소, 재가노인복지시설은 4821개소에 불과하다. 

또 노인 1인당 진료비 및 본인부담 의료비는 전체 인구와 비교했을 때 각각 2.9배, 2.8배 높다. 따라서 고령자 1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이미 우리나라의 은퇴연령층(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43.4%나 된다.

27.8%

1인 가구는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상대적으로 여가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평일 기준 하루 평균 여가시간(2019년 기준)은 4.2시간이다. 전체 인구(3.5시간)의 1.2배다.   

많은 시간을 투자한 여가활동 만족도는 어떨까. 1인 가구는 오히려 전체 인구보다 만족도가 낮았다. 여가활동 만족도 조사에서 불만족이 '27.8%'로 가장 높았고 보통이 45.1%, 만족이 27.1%를 차지했다. 불만족 원인은 경제적 부담과 건강·체력 부족이다.

실제로 1인 가구는 여가활동에 쓰는 비용이 다인 가구 대비 현저히 낮다. 월평균 여가활동 비용은 전체 인구는 15만원 이상이 41.5%인 반면 1인 가구는 29.8%가 5만원 미만이다. 

1인 가구가 여가활동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어려웠던 만큼 이러한 불만은 더 심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활동은 삶의 활력소이자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충전소와 같다. 실제로 여가활동의 격차는 삶의 만족도 차이로 이어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립감과 우울감을 쉽게 느낄 수 있는 1인 가구에게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것을 권장한다. 대부분의 1인 가구 관련 지원 서비스 역시 여가활동 관련 강좌다. 

4조원+α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급성장 중인 시장이 있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가정간편식(HMR)'이다. HMR은 기존 즉석 섭취 식품에 밀키트까지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HMR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5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특수를 노리면서 역대급 성장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는 1인 가구가 있다. 지난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0.2%를 넘어섰다. 1인 가구 중 47.7%는 주 1회 이상 HMR을 구입한다. 이는 전체 가구보다 7%포인트나 높다. 

HMR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CJ제일제당, 프레시지, 동원F&B, 오뚜기, 롯데푸드, 대상 등 기존 식품업계는 물론 파리바게뜨, 신세계조선호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롯데백화점까지 밀키트를 내놨다. 식품업에 소극적이던 삼성에서도 삼성웰스토리가 전문 브랜드 '라라밀스'를 공식 런칭하고 HMR 공략을 선언했다. 

식사해결이 1인 가구의 주된 생활 걱정거리 중 하나인 것을 감안하면 HMR시장 확대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의 선택 영역은 넓어지고 차별화를 위한 제품 고급화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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