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진행된 공영장례./사진=안지호 기자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진행된 공영장례./사진=안지호 기자

홀로 삶을 이어가다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공영장례지원은 부족하기만 하다. 서울시립승화원만 해도 거의 매일 공영장례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에는 78명의 고인에 대한 장례식이 이곳에서 치러졌다. 

지난 25일에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2층 '그리다'실에서는 공영장례 2건이 진행됐다. 

빈소에는 무연고 사망자 이 모씨와 윤 모씨의 위패와 함께 조화, 과일, 나물 등 장례음식이 놓여 있었다. 생전에 준비된 죽음이 아니었는지, 빈소에는 영정사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자택에서 기타 및 불상으로, 윤 씨는 1월 30일 요양병원에서 폐암에 따른 급성 호흡부전으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과 같은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서울시는 서울시립승화원에 공영장례실을 마련해 놨다.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고독사, 무연고 사망자, 저소득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 시는 상조업체 '해피엔딩'과 계약을 맺고, 2015년부터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지원해온 비영리 민간단체 '나눔과나눔'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사)나눔과나눔 관계자는 "이들의 장례를 위해 연고자를 찾아 우편물을 발송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고인들은 그대로 무연고자가 됐다. 특히 이 씨의 경우 최근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독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기자와 나눔과나눔 등 공영장례 지원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오후 1시,  조문객 없이 합동 공영장례가 시작됐다. 향을 피우고 절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렇게 향이 채 다 타기도 전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조사(弔詞)가 끝났다.

잠시 뒤 시신이 안치된 관이 승화원에 도착했다. 상주가 따로 없다 보니 기자가 이 씨의 위패를 받아 들고 승화원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승화원에서 관 위에 국화를 얹자, 고인의 시신은 화장터로 보내졌다. 

일면식도 없지만, 고인의 마지막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화장을 기다리는 사이 이날 함께한 김민석 나눔과나눔 팀장에게 지인이나, 유가족이 찾아오는 일은 없는지 물었다. 

김 팀장은 "원래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돕기 위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또 화장이 이뤄지는 1시간 30여분 동안 기독교, 불교, 천주교 자원봉사자가 번갈아 장례에 참석해 고인을 위한 제(祭)를 올리고 장례를 돕는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원봉사자 지원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화장을 마쳤다는 방송이 나오고 고인의 유골을 안은 장례 관계자들과 함께 승화원 내 마련된 분향대로 향했다. 이곳에서 고인의 이름이 적힌 지방(紙榜)을 태움으로 써 모든 장례절차가 마무리됐다.

분향대에서 고인의 이름이 적힌 지방(紙榜)을 태움으로 써 모든 장례 절차가 마무리 된다./사진=안지호기자
분향대에서 고인의 이름이 적힌 지방(紙榜)을 태움으로 써 모든 장례 절차가 마무리 된다./사진=안지호기자

고인의 유골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으로 안치될 예정이다. 유골은 추후에 연고자가 나타날 것을 대비해 추모의집에 5년간 봉안된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매년 한 차례 진행하는 합동위령제때 다 함께 산골(뿌리는 일)한다. 유골이 추모의 집에 안치되지 않고, 승화원 내 유택동산에 화장 직후 산골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연고자가 시신을 위임하겠다고 밝힌 경우다.

승화원을 나오며 김 팀장에게 공영장례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김 팀장은 "무연고 사망자들은 화장터로 오기까지 평균 한 달 이상 걸린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화장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가 생전 치료받았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비를 해결하지 못해 몇 년간 장례를 치르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오늘 보내드린 이 씨의 장례도 두 달가까이 돼서야 진행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고독사하는 경우도 장례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경찰이 출동해 현장수사를 진행하고, 연고자를 찾는 과정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연고자를 찾을 수 없거나 시신인수 거부의사가 이뤄져야 지자체는 무연고 시신처리를 의뢰한다.

여기에 공영장례시설이 부족해 하루에 치를 수 있는 공영장례 건수가 제한된다. 현재 승화원에서는 한 번에 최대 2명, 하루 2건의 공영장례가 가능하다. 물리적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장례시설을 갖춘 지자체가 서울, 인천 정도라는 점이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팀장은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가 매년 150~200건씩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공간과 인력은 제한적"이라면서 "공영장례를 위한 개편안이 이뤄져 공간과 인력지원이 좀 더 폭넓게 지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진행한 년도별 공영장례 수를 보면 2018년 401건, 2019년 455건, 2020년 694건, 2021년 878건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이 밖에도 김 팀장은 장례와 관련 실무자들의 트라우마 케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무연고 사망자의 유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독사 예방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만 집중되고 있다"면서 "그도 중요하지만, 고독사 현장을 최초로 목격하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나 시신의 부패가 심한 상태로 염습(殮襲)을 진행하는 장례지도사가 많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이들을 위한 트라우마 케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025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21년 3159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무연고 사망자는 총 2만393명이다. 지역별 무연고 사망자는 ▲서울 5423명 ▲경기 4151명 ▲부산 1742명 ▲인천 1587명 ▲경남 1159명 순으로 많았다.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 원인으로 코로나19 장기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사회 양극화 등의 원인으로 파악했다.

고인을 기리는 메시지./사진=안지호 기자
고인을 기리는 메시지./사진=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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