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교를 사이에 두고 오송읍과 강내면 일대가 물에 잠겼다./ 사진 = 조가영 기자
미호천교를 사이에 두고 오송읍과 강내면 일대가 물에 잠겼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으로 가설교(임시통행교량)를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나오고 있다. 토목공학 전문가들은 가설교가 물의 흐름을 방해해 물이 순식간에 범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설교 확장공사를 제방 확장공사보다 먼저 시행하기로 한 건 재난으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지 않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송읍 주민들도 오랜 시간 공사 중이던 다리가 평소에도 불안해보였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이번 사고는 교량 가설공사로 인한 인재(人災)라며 시공사인 금호건설(대표이사 서재환)과 발주처인 행복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일(26일)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 유가족들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근 미호천교 확장공사 과정에서 설치된 미호강 임시 둑 부실과 미호천교 가교가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물 흐름에 대해서 50년이 넘게 이 분야에 있었다. 현장에 가보면 그 가설물이 없다고 하면 물이 얼마나 자유롭게 흐를지, 가설물이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감이 온다"며 "장애물 때문에 수위가 올라가면 유속이 증가된다. 그다음에 장애물이 있으니까 와류가 발생된다. 그럼 임시로 만든 제방을 물이 갉아먹는다. 그걸 예방하려면 텀백이라고 해서 마대자루에다 흙을 넣어서 저 꼭대기까지 다 설치해야 하는거다. 그래야 물이 와류가 생겨도 제방이 흘러가지 않는다. 근데 이 경우에 밑에만 깔고 위에는 흙으로 덮었다. 그래서 제방이 못 견딘 거다. 제방이 쓸려서 무너지는 걸 세공 붕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금호건설이 설치한 가교가 장애물이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와류가 부실하게 설치한 제방을 무너뜨리면서 범람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의훈 충북대학교 토목공학부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이 교수는 "가설교가 물의 흐름을 방해했을 것 같다. 거기에 교각을 추가로 설치하면 하천 수위가 올라가는 건 일반적이다. 교각이나 수리시설물은 넣은 만큼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며 "다만 범람의 원인이 그것만 있느냐고 하면 장담할 수는 없다. 제방 높이, 제방 시공 형식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제방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동균 홍익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임시제방 부실을 지목했다. 그는 "임시제방을 쌓았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했다는 게 드러나는 것 같다. (미호천교)공사에서 허가를 안 받고 (기존 제방을)부쉈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호천교를 사이에 두고 오송읍과 강내면 일대가 물에 잠겼다./ 사진 = 조가영 기자
미호천교를 사이에 두고 오송읍과 강내면 일대가 물에 잠겼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최악의 재난에 대한 대비 자체를 안 한 행복청과 금호건설 모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교통편의를 우선해 다리확장공사를 먼저 단행한 것이 사고를 불렀다는 입장이다. 

백 교수는 "가설도 문제가 있고 강폭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본질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리가 대입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재난을 예방하는 비용이 적고 효과는 큰 방법이 바로 그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처음부터 미호강 미호천교 도로확장공사 민원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 이전에 제방확장공사가 결정 나서 진행 중이었다. 처음부터 제방 설치한 자리가 물이 합류돼서 돌아치다 보니까 수위가 높아지고, 또 빨라지는 위치였다"며 "그럼 그걸 뒤로 200m 밀면 된다. 그걸 할려고 했는데 제방확장공사보다 미호천교 확장 공사가 먼저 결정 났다. 그래서 제방은 취소공사 되는 거고 미호천교 확장을 먼저 했다는 건 교통편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거다"고 지적했다.

또 백 교수는 "중대재해처벌이 무조건 처벌이 아니라 안전관리를 방해하고 직접적인 원인 제공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의미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라며 "치하차도 침수된 건 과실로서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 통제를 안 했으니까. 직접적인 원인제공에 대한 부분은 제방쪽이다. 제방은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지금 밝혀진 게 시공사가 금강유역환경청에 임시제방 시공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시공계획서대로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관리주체인 행복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백 교수는 "미호천교 확장공사는 관리주체가 있는 거였지 않느냐. 직접적인 원인은 임시제방이 다리 밑에 있었다. 임시제방은 다리에 바짝 붙여 쌓아도 원래제방보다 낮다. 구조적으로 제방이 뒤에 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가설교가 물의 흐름을 막아 범람의 원인이 된 것에 대체로 동의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72년에 일어난 시루섬 사건을 꼽았다.  당시 시루섬은 상류쪽에서 벌목이, 하류쪽에서는 상진대교 공사가 이뤄졌다. 그런데 급작스러운 폭우로 상류에 있던 통나무들이 쓸려 나가면서 상진대교에 걸렸고, 댐처럼 쌓이며 물길을 방해해 남한강 물이 순식간에 범람했다. 

이번 사고 직후 드러난 미호천 가설교 역시 폭우로 떠내려온 나무와 나뭇가지가 교각 곳곳에 걸려 있었다. [1코노미뉴스 조가영 기자]

미호천교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가게 일대가 모두 물에 잠겼다./ 사진 = 조가영 기자
미호천교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가게 일대가 모두 물에 잠겼다./ 사진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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