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외로움과 고립감, 우울감과 불안감은 한껏 치열해진 경쟁사회에서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코로나19 확산, 1인 가구 증가는 이러한 불안 요소를 더욱 확대시켰다.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을 돌보는 정서적 돌봄이 중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9월 기획으로 자살예방의 중요성과 정부 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연간 80만명이 자살로 사망한다. 40초에 1명 꼴로 세계 어딘가에서 자살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1만319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했고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5.7명을 기록했다. 

자살률 OECD 1위, 전 세계 4위 국가가 우리나라다.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시리즈에 등장한 수리남(7위)과 불과 3계단 차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화자찬하기에는 부끄러운 순위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자살예방의 날'을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이 있는지도 모르는 현실, 수차례 시행된 자살예방계획이 단 한 번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30대 1인 가구 노수빈씨는 "자살예방의 날이 있다는 건 들은 것 같은데, 9월 10일인지는 몰랐다"며 "관심사가 아니기도 하고, 특별히 알만한 요소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40대 1인 가구 김지환씨도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며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들은 과연 알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지도와 체감도가 낮다는 것은 큰 문제다. 

그간의 정부 정책이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표 = Our World in Data
표 = Our World in Data

우리 정부는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20년 가까이 자살예방책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총 3차에 걸친 자살예방기본계획과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이 실행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자살예방을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단 한 차례도 자살률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이기도 하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제1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은 12개 과제를 시행했으나 목표 자살률(18.2명) 달성에 실패했다. 2010년 자살률은 무려 31.2명을 기록했다. 제2차 계획도 목표는 20.0명이었지만 2013년 28.5명을 기록했다. 다시 한번 20.0명을 목표로 시행한 제3차 계획 역시 실패했다. 2020년 자살률은 25.7명을 기록했다.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은 2022년 17.0명을 목표로 시행 중이다. 이 역시 1인 가구 급증, 코로나19 확산이란 암초를 만나면서 사실상 목표 달성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살공화국 대한민국' 오명 못 벗는 이유

 

사실 2018년 정부가 자살률 감소에 자신을 보였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정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서다. 송인한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에 따르면 2018년 런던에서 열린 OECD, WHO 장관급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이 완벽하다며 자료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정부는 그간의 정책을 보완하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예산은 여전히 부족했고, 자살예방을 개인 문제로 치부했다. 또 가족중심사회에 기반한 정책으로 1인 가구 급증이란 인구·사회구조 변화에 눈을 돌리며 개인의 고립, 우울 등 정신 돌봄을 외면했다. 

인포그래픽 = 보건복지부
인포그래픽 = 보건복지부

그 결과 청년 자살·고독사라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10~30대 사망 원인 중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다. 20~30대 자살률은 2016년 각각 6.4명, 24.6명에서 2020년 21.7명, 27.1명으로 증가했다. 동기 1위는 정신적 문제다. 정서적 돌봄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상당수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1인 가구 수가 700만가구를 넘어서며 혼자 사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난 것 역시 자살률 증가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고립되기 쉽고,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러한 부분은 해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미국, 영국, 핀란드, 일본 등은 자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살예방정책에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미국은 자살예방국가전략을 수립해 법제화 노력을 이어오고 있고 영국은 세계 최초로 고독부를 설립했다. 일본은 중앙정부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민간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촘촘한 자살예방 시스템을 만들었다. 

범 정부 차원의 대책으로 이들 국가는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우리나라 역시 자살예방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자살예방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린 것이 가장 큰 실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개인 스스로가 우울감을 느낄 때 정부가 제공하는 상담센터나 긴급연락처로 전화해 자살을 예방해야 한다.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도 개인의 문제로 보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가족들조차 마찬가지다.  

여기에 우울감을 호소할 때 일시적 상담을 제공하고, 약 처방으로 우울증을 완화하는 단기적 해결책에 그치고 있다. 

해외 자살예방 정책과 달리 상담자가 처한 현실에 맞춰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40대 임모씨는 "극심한 우울감에 빠진 적이 있다"며 "스스로 도움을 요청한다는 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다행히 지인들이 먼저 다가와 고립되지 않게 도왔고, 환경적인 변화를 이끌어 주면서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한진 나음연구소 소장은 "자살예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인식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일본처럼 민·관 협력 시스템을 갖춰 먼저 자살위험군을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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