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 21일 기자간담회서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요구
한미그룹, "시총 200조? 현실적 전략도 함께 내놔야"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좌)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 = 조가영 기자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좌)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 = 조가영 기자

"이번 합병은 ESG에서 요구하는 투명하고 심플한 거버넌스에 역행하는 그림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앞으로 분쟁이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영권 분쟁 소지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OCI 내부에서도 있을 수 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21일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임 회장은 이자리에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작업에 반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도 참석했다.

임 회장은 "일괄 계약으로서 인수합병이 돼야 하는데 개인 간 거래와 유상증자를 각각 계약으로 나눠서 하고 있다"며 한미와 OCI의 합병은 불완전한 거래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 측은 아직 합병과 관련해 필요한 모든 내용을 법정에 제출하지 못했다. 불완전한 거래이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면 굉장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7.39%의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양측은 오는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등과 이사선임 안건 표대결을 앞두고 있다.

임 회장은 국민연금기금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언급하며 "국민연금이 고려를 해서 올바른 쪽으로 의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탁자책임 원칙 5를 보면 전문성 강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저희 케이스가 법률적으로 복잡한 부분이 있어 법률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가이드라인과 같이 국민연금에서 외부 법률 기관을 통해서 좀 더 명확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임 회장은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공약으로 내고 싶다"며 "100개 이상 바이오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개발(CDO·CRO) 전문회사로 만들 것이다. 이 계획이 실패한다면 물러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시가총액 200조원대를 바라보는 그룹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임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제약회사들을 보며 나름 자신감이 생겼다. 제약강국이라는 숙제는 시가총액 200조원 밖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그룹은 "도전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한미약품그룹측은 "임 회장이 450개의 화학약품을 만들어 본 경험을 토대로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하겠다고 말한데 대해 한미의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미생물 배양 방식의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 기지이며,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생산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이를 단순화해 지금까지의 경험과 역량으로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겠다는 비전은 공허한 느낌마저 준다"고 평가했다.

또 "임성기 선대 회장께서 왜 장남 임종윤 사장을 한미그룹의 확고한 승계자로 낙점하지 않고, 송영숙 회장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는지 임종윤 사장 스스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미그룹 관계자는 "시총 200조 티어 기업 달성 같은 포부를 밝히려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전략도 함께 내놓고 주주들께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OCI 지주회사)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가지고, 반대로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OCI홀딩스의 10.4%를 갖는 것이 골자다. 통합이 발표된 이후 임 회장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